경호원 물고 옷 찢었지만 '경미한 부상' 발표
"직원 안전보다 백악관 홍보 더 신경 써"
미 백악관, '퍼스트도그' 심각한 공격성 감추기에 급급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함께 백악관에 입성한 반려견이 경호원을 물어 상처를 내고 옷을 찢었지만 백악관과 비밀경호국(SS)은 관련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다고 뉴욕포스트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비영리 사법 감시단체인 '사법감시'(Judicial Watch)가 정보공개청구법을 이용해 입수한 SS의 내부 문건을 인용해 이렇게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해 3월 9일 브리핑에서, "하루 전날 대통령 부부의 애견 '메이저'가 낯선 사람의 행동에 놀라 대응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가벼운 상처를 입혔다"고 밝힌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 '낯선 사람'은 SS 요원이었고, 그는 두 번이나 메이저에게 물렸으며 메이저의 공격적 행동은 그날까지 8일 내내 계속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메이저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경호원은 사키 대변인의 발표를 듣고 화를 냈다고 한다.

이 경호원은 동료에게 "내가 개를 놀라게 했다고? 아니야. 백악관 대변인 발표에 열 받았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경호원의 상처를 사진으로 본 다른 동료는 "상처가 '심각하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고 답했다.

퍼스트 도그 두 마리 중 한 마리였던 메이저는 지난해 초 백악관에 온 뒤부터 남쪽 잔디 마당을 휘젓고 다녔고 백악관 직원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S의 보고 문건에는 이 개가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경호원을 보고 크게 짖다가…. 공격했다"고 적혀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지 1시간 뒤 경호팀장 데이비드 조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메이저가 오늘 아침 경호원 한 명을 물었다.

경호원은 괜찮지만 멍이 들고 이빨 자국이 있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는 또 메이저가 그 경호원의 옷을 물어뜯은 일도 있었다며 사키 대변인의 발표가 있기 사흘 전인 지난해 3월 6일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

이 경호원은 두 달 뒤 옷값을 배상받기 위해 SS 행정처에 보낸 글에서 "메이저가 코너를 돌다 이유 없이 나를 공격해 그날 저녁 내가 입고 있던 모직 오버코트를 찢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동료나 상급자에게 괜한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말을 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포스트는 SS 관계자들이 해당 경호원에게 "대통령 부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보고 사안의 민감성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 경호원은 SS에게 옷값 배상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대통령 부부에게서 배상을 받기로 했지만 실제로 그가 배상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백악관 대변인과 SS에 문의했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톰 피튼 주디셜 워치 소장은 "입수한 문건으로 보면 메이저는 매우 위험한 개였지만 그동안 백악관 측은 거짓말로 일관하며 SS 요원과 다른 백악관 직원을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SS도 직원들의 안전보다는 백악관의 홍보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며 "SS는 지금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이저는 바이든 대통령이 2018년 델라웨어의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했으며, 백악관에 입성한 첫 유기견으로 주목을 받았다.

퍼스트 도그가 된 지 두달만에 SS 요원을 물어 외부에서 조련 받고 돌아왔지만 한 달 뒤 또 국립공원관리청 직원을 물어 훈련소로 보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