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사진)이 “향후 미국 경제에 먹구름이 낄 것”이라고 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의도치 않게 미국 경제를 침체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다.

다이먼 회장은 13일(현지시간) JP모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미국 경제가 2분기와 3분기까지는 성장을 계속하겠지만 이후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는 미 Fed의 양적긴축 기조에서 일정 기간은 현금을 쌓아둔 기업과 소비자가 경제를 받쳐줄 수 있지만, 종국에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이먼 회장의 전망은 1년 전 예측과는 정반대다. 지난해 그는 미국 경제가 2023년까지 ‘골디락스’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디락스는 인플레이션을 동반하지 않은 완만한 성장세를 의미한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상승하며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5% 올랐다. 1981년 12월 이후 가장 상승폭이 컸다. 이에 Fed가 다음달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이먼 회장은 JP모간이 위기에 대비해 9억2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고도 소개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고객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보유하는 돈이다. JP모간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쌓은 52억달러(약 6조3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지난해 투자금으로 쓰기 시작했으나 1년 만에 기조를 바꿨다. 미국 경기가 침체돼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채무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JP모간은 올 1분기 순이익이 82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143억달러)보다 4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