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무기 수출 급증…공격용 드론 실전서 맹활약
러·우크라이나 평화협상 테이블 마련…중재 노력 지속
[우크라 침공] 존재감 키우는 터키…무기도 팔고, 협상도 중재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의 중간에 있는 터키는 그 지리적 특이성만큼이나 국제 정세에서 위치가 미묘하다.

러시아에 대응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의 대공 미사일 S-400을 수입하는 등 군사 협력 관계가 돈독해 미국과 마찰을 종종 빚는다.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터키는 미군 주도 국제동맹국의 일원이지만 때때로 미국을 거스르면서 상대 진영인 러시아, 이란 등과도 접촉면을 넓히면서 '모호성 전략'을 구사했다.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과 함께 반군 편에 섰으나 미군이 지원했던 쿠르드족 계열 반군을 공격해 전선에서 대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란과 시리아에서는 상대편이지만 쿠르드족 분리·독립 운동에 대해선 공동 대처하고 있다.

'적의 적'의 내편이 아닌 복잡한 중동 내 역학관계는 많은 경우 터키의 존재 때문이다.

이런 모호한 위치는 역으로 터키가 역내 분쟁에 중재자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건이 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터키는 중재자를 자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터키가 향후 사태 전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된 올해 1분기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터키의 무기 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 수출업자협회가 지난 6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터키는 이 기간에 우크라이나에 5천980만 달러(약 733억 원)어치의 무기를 수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190만 달러를 기록한 것에 비교하면 3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터키의 주요 방위산업 협력 국가로 터키산 무기를 대량 구매하고 있다.

[우크라 침공] 존재감 키우는 터키…무기도 팔고, 협상도 중재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바이락타르 TB2 무장 드론'과 초계함을 주문했다.

지난 2월 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 양국은 TB2 드론과 차세대 공격용 무인기 안카(ANKA) 등을 생산하는 시설을 우크라이나에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으로도 기존에 구매한 무기뿐 아니라 군용 통신 장비, 탄약 등 다양한 터키산 무기를 들여올 계획이다.

터키에서 도입된 무기 중 특히 TB2 드론은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해 이번에 실전에서 맹활약했다.

TB2 드론은 2019년부터 우크라이나가 구매했지만 정확한 수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외부 추정으로는 최근 주문량을 포함해 최대 50대가 우크라이나에 인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쟁 발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평화 중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직접 대화를 주선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우크라 침공] 존재감 키우는 터키…무기도 팔고, 협상도 중재

터키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을 주선했다.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외교포럼을 계기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지난달 10일 3자 회담 형식으로 만났다.

개전 이후 최고위급 접촉인 이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놓는 등 협상의 모멘텀은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9일에는 터키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5차 평화협상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성과도 있었다.

협상이 교착상태지만 터키는 평화 중재 역할을 계속할 의사를 밝혔다.

쿨레바 장관은 "우리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터키가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국가 중 하나가 돼 주기를 바란다"며 터키의 역할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영국·터키 등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서방의 군사동맹인 나토 회원국이지만 친러시아 행보로 미국 등 서방과 갈등을 빚어왔다.

터키는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경제·군사협력 관계를 확대했다.

과거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분쟁 당시 미국이 러시아군을 저지하기 위해 흑해에 전함을 투입하려 했을 때 터키는 러시아 편을 들며 진입을 막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터키는 우크라이나 편을 들며 서방측에 서는 모양새다.

터키는 러시아 군함의 흑해 진입을 막기 위해 외국 군함에 대한 흑해 진입 통제권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동맹의 '이단아'였던 터키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평화 협상 중재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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