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도전 마크롱, 대선 3수 극우 르펜과 5년만에 다시 맞대결
극좌 후보까지 마크롱 우회 지지…우파 공화당에선 분열 감지
20년만의 재선 대통령? 첫 극우 여성 대통령?…프랑스의 선택은
20년만의 재선 대통령? 첫 극우 여성 대통령?…프랑스의 선택은
프랑스가 20년 만에 현직 대통령에게 다시 엘리제궁을 내어줄 것인지, 아니면 사상 처음으로 극우 성향의 대통령을 배출할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1차 투표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성향의 르펜 후보가 각각 28%, 23∼24% 득표율로 결선에 진출할 것이라고 여론조사기관들이 일제히 예측했다.

예측대로라면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는 지난 2017년 대선에 이어 두 번째로 맞대결하게 된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66%의 득표율로 33%의 득표율을 확보한 르펜 후보를 압도했으나, 같은 상황이 재연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1차 투표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2차 투표에서도 르펜 후보를 이기지만,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안에 머무는 신승이라는 예측이 나온 적도 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는다면 51%로 힘겹게 이긴다고 예측했고,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54%로 르펜 후보를 누른다고 예상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결선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지만 33%포인트나 차이 났던 득표율 격차가 5년 사이 2∼8%포인트로 좁혀졌다는 것은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는 변화다.

이러한 판세 속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자들에게 투표한 유권자들과 투표장에 아예 가지 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관건으로 꼽힌다.

나치 지배를 경험한 프랑스가 극우 성향의 대통령만큼은 배출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뭉치는 '공화국 전선'이 올해도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고무적이다.

공화국 전선은 2002년 대선에서 우파를 대표해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아버지이자 원조 극우의 아이콘인 장마리 르펜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을 때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올해에는 극좌와 중도 좌파 진영에서 최다 득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까지 르펜 후보를 뽑아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중도 우파 진영에서는 균열의 낌새가 읽혀 셈법이 복잡해졌다.

20%의 득표율을 가져갈 것으로 보이는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르펜 후보를 뽑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예상 득표율이 5% 안팎인 야니크 자도 녹색당(EELV) 후보, 2% 미만인 안 이달고 사회당(PS) 후보도 마크롱 대통령 편에 섰다.

2017년 대선 1차 투표에서 탈락하고 나서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지 않았던 멜랑숑 후보가 5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마크롱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게 어떤 차이를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5% 안팎의 득표율이 예상되는 우파 공화당(LR)의 발레리 페크레스 후보는 "르펜의 집권이 가져올 혼란을 막기 위해 양심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끝까지 경쟁했던 에릭 시오티 하원 의원은 2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뽑지 않겠다고 말해 당내 의견이 갈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측근인 시오티 의원은 지난해 10월 마크롱 대통령보다 한때 르펜 후보 위상을 위협했던 극우 성향의 에리크 제무르 르콩케트 후보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7% 안팎의 득표율을 예상하는 제무르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하면서 마린 르펜과 논의했던 것 중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면서도 결선에서 르펜 후보를 뽑아달라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민심의 무게 추가 마크롱 대통령 쪽으로 기운다면 그는 2002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올해로 세 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르펜 후보가 설욕전에 성공한다면 그는 프랑스 첫 여성 대통령, 극우 대통령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