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 내부에서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3.5%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6회 연속으로 하자는 얘기다. 다만 올해 남은 6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빅스텝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목소리 커지는 통화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7일(현지시간) 미주리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Fed가 매우 적극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美 Fed 매파들 '인플레와 전면전' 선언
시장을 놀라게 한 건 불러드 총재가 제시한 구체적인 숫자였다. 불러드 총재는 “올해 미 기준금리를 3%포인트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제로금리’를 가까스로 벗어난 연 0.25~0.50%다. 불러드 총재의 주장대로라면 올해 말 미 기준금리는 연 3.25~3.50%가 된다.

올해 FOMC 정례회의가 6회(5~7월, 9~12월)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러드 총재의 주장은 다소 과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예정된 회의에서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연속해서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리자는 말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FOMC를 시작으로 2~3회 연속해 Fed가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까지는 거론돼 왔다.

불러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기준금리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Fed는 직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Fed가 인플레이션 대처에 굼뜨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를 연 3%대 중반으로 끌어올려도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불러드 총재는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8%, 실업률을 3% 이하로 예상한다”며 미 경제를 향한 신뢰를 보였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속도를 내면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 압박을 더 강하게 받을 전망이다.

현실화 가능성은 ‘글쎄’

Fed 내부에서 금리 인상과 긴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6회 연속 빅스텝이 현실화될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FOMC 회의 뒤 공개된 점도표(금리 인상을 점으로 표시한 지표)에 따르면 올해 말 미 기준금리를 연 1.75~2%까지 올리자는 게 FOMC 위원들의 중론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올해 말 금리는 연 2.50~2.75%다. 투자자들은 내년 여름께 연 3.5%에 도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불러드 총재의 발언 전날인 6일 공개된 지난달 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올해 1회 이상 빅스텝이 필요하다는 데까지는 의견을 모았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달 FOMC 회의에서 다른 위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들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결정한 와중에 홀로 빅스텝을 역설한 매파다. 그가 FOMC 투표권이 있기는 하지만 Fed 내에서 주류 의견이 됐는지는 불분명하다는 평이다.

불러드 총재가 강경 발언한 날 중도파로 분류되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라는 평가를 받는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는 신중론을 펼쳤다. 그러나 Fed의 2인자로 내정된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가 최근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선회하는 등 매파가 주도권을 잡는 분위기여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