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빠진 日2030…중고 클럽이 신제품값
일본에서 중고 골프클럽이 새 제품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0년 가까이 쪼그라들던 일본의 골프 시장에 젊은 층이 몰려들면서 나타난 변화다.

7일 대형 골프용품 업체인 골프파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 골프클럽의 평균 가격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에 비해 17% 올랐다. 매출도 21% 늘었다.

일본인에게 인기가 높은 브리지스톤의 ‘투어 스테이지 V002’ 시리즈는 캐디백을 포함한 중고가격이 7만9000엔(약 77만8016원)이다. 초심자용 세트는 8만1000엔으로 신품과의 가격 차가 2000엔에 불과하다. 골프파트너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중고 클럽의 가격이 신품보다 20%가량 싸지만 최근에는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골프 클럽의 수요는 급증했는데 공급이 달리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일본도 코로나19를 계기로 골프가 뜨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합한 스포츠로 인식되면서다. 총무성 가계조사에 따르면 2021년 가구당 골프장 지출 요금은 1년 새 0.5% 증가했다. 특히 29세 이하 젊은 층의 지출 규모가 1년 새 두 배 급증했다.

골프는 일본의 대표적 사양산업이었다. 1995년 이후 골프인구가 60% 이상 줄었다. 최근 5년 동안에도 2015년 964만 명, 950억엔이던 시장 규모가 2020년 891만 명, 799억엔으로 감소했다.

‘중년 남성들의 스포츠’였던 이미지도 바뀌고 있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원격근무의 확산으로 언제든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식도락과 노래방, 여행이 주류였던 젊은 층의 오락 수단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고 클럽의 인기는 골프 인구가 젊어지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시쿠보 메구미 트렌드 평론가는 “코로나19 이후 시작은 했지만 언제 질릴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중고 클럽을 장만한다”고 말했다.

젊은 층이 골프장에 몰리면서 고가의 회원권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 2월 간토지역 골프장의 회원권 평균 가격은 223만엔으로 작년 7월 이후 8개월 연속 200만엔을 웃돌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