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푸틴' 오르반 총리 4연임에 EU 내부 '충격'
EU, '극우 재집권' 헝가리에 예산삭감 카드 '만지작'
동유럽 헝가리에서 극우 정권이 재집권하면서 유럽연합(EU)이 예산지원 축소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 관계자 2명은 EC가 헝가리를 상대로 이른바 '법치주의 조건부 규정'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규정은 법치주의 원칙을 조건으로 이를 위반한 회원국에 예산 지원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결과에 따라 헝가리에 지원되는 EU 예산 상당액이 차단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헝가리는 이전에도 언론과 사법부 통제, 성소수자 차별 등으로 EU와 마찰을 빚어왔다.

그 중심에는 오르반 빅토르(58) 총리가 있는데,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도 친러시아 기조를 고수하며 EU 제재 대열에 선을 그어왔다.

특히 오르반 총리가 3일 총선에서 여유 있는 표차로 재집권에 성공하며 4연임 가도에 들어선 것이 EU에 불씨를 던졌다.

4일 브뤼셀에 모인 유럽의회 의원들은 오르반 총리의 승리 연설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오르반 총리는 당시 연설에서 승리에 도취한 채 반대파를 비난하면서 EU 관료들을 언급했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거론했다는 것이다.

연설이 나온 시점은 우크라이나 소도시 부차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대학살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한 직후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랜 동맹인 오르반 총리에게 3일 축전을 보냈다.

EU에서는 정부의 사법부 통제 등을 사유로 회원국에 지원되는 EU 예산이 삭감될 수 있는데, 실제로 이 규정이 적용된 적은 없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다만 유럽의회 내부에서도 국가별로 헝가리 제재안에 온도차가 있다.

오르반 총리를 비판해온 독일 측 의원은 "EC가 헝가리를 상대로 수일 내 조건부 규정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본다"면서 "빠르면 이번주 이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측 의원도 EC가 수일 내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고 있으며, 특히 "우리는 근본적 문제에 직면했다.

현재 전체주의, 권위주의 정권과 민주 진영이 대치 중인데, 오르반 총리는 전자로 들어가려나 보다"고 주장했다.

반면 헝가리 이웃국인 체코 측은 "헝가리 총선 결과에 불만이 있다"면서도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