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9개월 만에 상승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일시적으로 유예해줬던 주택담보대출의 상환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미국인이 늘어서다.

마켓워치는 부동산 분석업체인 블랙나이트 자료를 인용해 지난 2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3.36%로 전월(3.30%)보다 0.6%포인트 올랐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6월부터 하락세를 이어온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상승 전환한 것은 9개월 만이다.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상환 시기를 30~60일 어긴 이른바 ‘초기·단기 연체자’가 급증했다. 건수로는 9만7000건 늘어났다. 2월 기준 대출금이 연체된 지 30일이 지난 부동산은 미국 전역에서 195만 채가량이다. 압류가 시작된 부동산은 2만5000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1% 증가했다. 마켓워치는 현재 연체율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연체율이 코로나19 전 수준인 3%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연체자로 분류되는 90일 이상 모기지 연체 건수는 전달보다 7만2000건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의 제프 오스트로우스키 애널리스트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부동산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유예해줬다. 유예 기간에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급락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예 기간이 끝나고 상환 시점이 다가오면서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주택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채무자들이 최악의 경우 주택을 팔아 채무를 해결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미국 부동산정보회사 질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택 가격은 19.6% 상승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