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유 소비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급 위기가 고조되고 절약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지만, 미국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월 미국 원유 소비량이 하루평균 2100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년 전보다 8% 증가했고, 특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휘발유, 디젤, 제트연료 모두 증가했으며,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개전 이후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1갤런당 평균 4.22달러까지 올랐다. 1년 전(2.88 달러)보다 50%가량 급등한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은 대부분 "휘발유 값이 상당히 오르긴 했지만,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플로리다, 메릴랜드 등 미국의 일부 주 의회에서는 일시적으로 유류세를 유예하고 운전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휘발유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급 고비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차량 속도제한, 재택근무, 카풀 등을 장려하고 이를 통해 하루평균 270만 배럴의 에너지 절약을 요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벌금을 부과하기 위한 연비 기준을 높이면서 "원유 등 전통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려면 청정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친환경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FT는 "세계적 추세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원유 의존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인들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저축을 늘린 덕분에 연료비 급등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