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별 인구 대비 피란민 지수 도입…주변국 "재정적 지원 희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주변국으로 대피한 피란민이 40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여전히 역내 피란민의 구속력 있는 의무적 배분에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 침공] 피란민 400만명 육박…EU 의무배분 합의 못해
29일(현지시간) EU 집행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피란민 중 100만명은 더욱 서쪽으로 이주했지만, 나머지는 폴란드에 150만명을 비롯해 여전히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등 주변국가에 머물고 있다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전했다.

EU 집행위는 전날 회원국 내무장관 회의에서 피란민으로 인한 회원국별 부담을 재기 위해 인구 대비 받아들인 피란민수로 구성된 지수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초 독일이 원했던 회원국 간에 정해진 쿼터에 따라 피란민을 받아들이는 피란민 쿼터제 도입은 무산됐다.

[우크라 침공] 피란민 400만명 육박…EU 의무배분 합의 못해
이 지수 기준으로는 폴란드가 가장 선두에 있고, 오스트리아와 체코가 뒤를 잇는다.

독일은 8위다.

이와 함께 EU 전체를 아우르는 피란민 등록플랫폼도 구축될 예정이다.

EU내 피란민 이동을 더욱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피란민 수용에 협조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10개항도 채택했다.

윌바 요한슨 EU 내무 담당 집행위원은 "우리는 어떤 형태의 쿼터제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직 자발적으로 피란민을 받아들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U 내무장관 중 의무적인 피란민 배분에 대해 발언한 이는 없었다.

폴란드나 헝가리, 루마니아 등도 의무적 피란민 배분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FAZ에 설명했다.

다만 인구가 260만명에 불과한데, 38만명의 피란민을 받아들인 몰다우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EU 회원국들이 몰다우에서 받아들인 피란민은 1만5천명에 불과하다.

열흘 전만 해도 유럽내 피란민 쿼터제도 도입을 촉구했던 낸시 패저 독일 내무장관도 한 발짝 물러난 모양새였다.

[우크라 침공] 피란민 400만명 육박…EU 의무배분 합의 못해
패저 내무장관은 "쿼터제에 관해 논하지 않았다"면서 "회원국들을 겁먹게 하기보다는 연대 의식에 기반한 일치단결한 배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주변 국가가 구속력 있는 피란민 배분 없이 얼마나 더 버틸지는 미지수다.

EU의 한 외교관은 FAZ에 "만약 피란민 숫자가 3배 또는 4배로 늘어나면 주변국들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는 피란민 숫자가 절정기에는 하루 20만명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4만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란민을 대거 받아들이고 있는 주변국들은 재정적인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이미 독일과 폴란드는 피란민 1명당 첫 6개월간 1천유로(약 135만원)를 지급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는 EU가 시리아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터키에 지급한 금액과 일치한다.

요한슨 집행위원은 주변국에 즉시 자금이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