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폴란드·슬로베니아 정상, 공습경보 울리는 우크라 수도 찾아
러시아 침공 둘러싼 EU·나토 내부 동·서유럽권의 시각차 드러내
[우크라 침공] 동유럽 3개국 정상의 '과감한' 키이우 방문(종합)
하루에도 몇 번씩 공습 사이렌이 울리고 미사일 폭격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15일(현지시간) 동유럽권 3개국 정상이 찾았다.

체코의 페트르 피알라 총리, 슬로베니아의 야네스 얀사 총리 그리고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 총리는 격추 우려가 있는 비행기 대신 7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이날 오후 키이우에 도착했다.

러시아군이 시 경계선까지 진격한 상황이어서 본격적인 교전이 임박한 상황인 터라 이들 정상의 목숨을 건 '용감한' 방문은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침공한 뒤 해외 정상이 키이우를 찾은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들의 방문에 크게 반색했다.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확인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이를 둘러싼 해석은 미묘하게 갈린다.

[우크라 침공] 동유럽 3개국 정상의 '과감한' 키이우 방문(종합)
뉴욕타임스(NYT)는 이들 정상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직접 키이우를 방문했다면서 다른 유럽 지도자들의 허를 찔렀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같은 EU·나토 회원국이지만 이번 전쟁에서 서방의 대응과 동유럽 국가들이 시각이 다르다는 '불편한 사실'을 드러낸 장면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모라비에츠 폴란드 총리 대변인은 3명의 정상이 유럽연합(EU)을 대표한다고 밝혔지만 EU 관계자들은 "EU를 대표한다는 승인이 없었다"고 NYT에 말했다.

서방은 무기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지만, 프랑스나 영국 등 서유럽권보다 러시아의 침공이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동유럽 국가는 더욱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동유럽 정상이 직접 키이우를 방문한 것은 비행금지구역 설정, 전투기 지원과 같은 나토군의 직접 개입을 원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강력한 상징이라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폴란드 등 동유럽권은 '우크라이나 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두려움을 떨쳐 낼 수 없는 상황인데도 EU의 주류인 서유럽권은 경제 제재와 자금·무기 지원에 그치는 데 대한 항의성 방문이라는 것이다.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 겸 여당 대표가 이날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이 평화유지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비무장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카친스키 부총리가 레흐 카친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의 쌍둥이 형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카친스키 전 대통령은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공격했을 때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를 방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오늘은 조지아지만 내일은 우크라이나, 모레는 발트해 연안 국가, 그 이후에는 우리 조국 폴란드가 될 것"이라고 언급해 주목받았다.

모라비에츠 폴란드 총리도 이날 키이우에 가기에 앞서 이 말을 페이스북에 올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개입에 손사래 치는 EU와 나토에 간접적으로 항의했다.

EU와 나토는 '전폭적 지지와 지원'을 약속하고 러시아를 강하게 규탄한다면서도 회원국으로 신속히 가입시켜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모호한 입장이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요구사항 중 하나인 '나토 가입 포기'를 입에 올리며 협상장에 나서는 상황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