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송전망이 파손됐다. 파손된 송전망은 사용 후 핵연료 냉각 시설에 전력을 공급한다. 우크라이나는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며 임시 휴전을 제안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원전 운영사인 에네르고아톰은 체르노빌 원전 시설 전체에 전력이 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국영 통합 에너지 기업인 우르크에네르고는 이와 관련해 "포격으로 인해 체르노빌 원전 냉각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망이 파손됐다"며 "원전 시설 내 자체 디젤 발전기의 연료로는 최대 48시간만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4월 역사상 최악의 원전 폭발 사고를 겪은 곳이다. 현재 모든 원자로의 가동은 중단됐으나 사용 후 핵연료를 냉각 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방사능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 지적하며 임시 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디젤 발전기는 48시간 동안만 체르노빌 원전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는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시설의 냉각시스템이 멈춰 방사능 유출이 임박할 것"이라며 "전력망 수리를 위해 즉시 임시 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사선 물질 유출 가능성에 대해선 일축했다. IAEA는 "체르노빌 원전의 사용 후 연료 저장조의 열부하와 냉각수의 양은 전기 공급 없이도 열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며 "정전이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우크라 사태 발발 첫날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했다. 이후 체르노빌 원전 근로자 210명은 교대 근무 없이 계속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