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4개 도시 안전통로는 실패…러군 주요 도시 파상 공세 계속
민간인 피해 눈덩이…474명 사망·난민 200만 명 넘어서
개전 13일 만에 교전지역 민간인 첫 대피…수미지역 5천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3일째인 8일(현지시간) 전선이 교착 상태를 보인 가운데 개전 이후 처음으로 양측의 합의에 의한 민간인 대피가 이뤄졌다.

앞서 인도주의 경로를 통한 민간인 대피가 몇 차례 추진됐지만, 공격이 재개되면서 무산된 바 있는데 이날은 실제로 대피가 이뤄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시(市)에서는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민간인 약 5천 명이 러시아군에 포위된 도시를 탈출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TV 브리핑에서 "수미∼폴타바의 인도주의 통로로 5천 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수미에서 인도인 576명, 중국인 115명, 요르단인 20명, 튀니지인 12명 등 외국인 723명이 대피했으며,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도 외국인 248명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인이 몇 명이나 대피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개전 이후 처음으로 양측의 합의에 따라 민간인이 교전 지역을 벗어난 데에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나, 민간인 대피에 관한 양측의 합의가 완전히 이행되지는 못했다.

애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날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체르니히우, 수미, 하르키우(하리코프), 마리우폴 등 5개 도시에서 안전 통로를 통해 민간인을 대피시키기로 했으나, 실제로 대피가 이뤄진 곳은 수미뿐이었다.

그마저도 수미를 벗어난 민간인 행렬은 검문소 한 곳에서 총격을 받기도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측에 제안한 10개 (대피) 노선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수미에서 폴타바를 거쳐 폴란드와의 국경으로 연결되는 단 하나의 노선만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민간인을 러시아나 벨라루스 영토로 대피하게 했다고 반박했다.

개전 13일 만에 교전지역 민간인 첫 대피…수미지역 5천명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체르니히우·코노토프·수미·하르키우 등의 북부 전선과 돈바스 지역의 동부 전선, 마리우폴과 미콜라이우·오데사 등의 남부 전선 상황은 전날과 큰 변동이 없었다.

여전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를 포위한 채 파상공세를 쏟아붓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현재까지 주요 전략 거점을 사수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준비한 전력의 100%를 투입했으며, 아직 침공 전략의 95%를 보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수도 키이우를 포위해 항복시키는 것이 러시아의 핵심 목표로 보인다"며 "러시아군은 키이우 서부의 호스토멜 공항과 북부의 체르니히우, 동북부의 수미 등 세 방향에서 키이우를 향해 진격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까지 2천500곳이 넘는 우크라이나의 군사 인프라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고리 코노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하루 동안에만 지휘소와 레이더 기지, 연료 저장고, 무기 및 군 장비 집결지 등 32곳의 우크라이나 군사시설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전선에서 총성이 그치지 않은 가운데 이르면 이날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양측의 4차 평화협상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전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단은 세 번째 평화 협상을 열고 인도주의 통로를 통한 민간인 대피에 합의했으며, 이르면 이날 4차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개전 13일 만에 교전지역 민간인 첫 대피…수미지역 5천명
양측의 교전이 13일째 계속되면서 무고한 민간인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날 러시아군에 포위된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는 6세 여아가 건물 잔해에서 탈수로 사망한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날 민간인 대피가 이뤄진 수미에서도 대피 행렬이 출발하기 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21명이 숨졌다.

하르키우 경찰은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의 공격으로 민간인 2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으며, 체르니히우에서는 지뢰가 폭발해 민간인 6명이 사상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개전 이후 8일 0시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 29명을 포함해 민간인 474명이 숨지고 861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사무소는 이는 확인된 사례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사상자 수는 이보다 많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 수가 8일 현재 201만여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대표는 "유럽에서 이처럼 (빠른 속도로 난민 수가 증가하는 것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이라며 "그것(피란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전 13일 만에 교전지역 민간인 첫 대피…수미지역 5천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