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동차·항공·IT기업 러시아 사업 중단·철수 잇따라
할리우드 영화 러시아 개봉 최소…예술계, 친 푸틴 인사 거부
IOC·세계스포츠단체, 러시아·벨라루스 퇴출 가속
[우크라 침공] '침공의 큰 대가'…러, 국제사회서 급속히 고립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민간 기업, 문화·체육계도 이에 속속 동참하면서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급속히 고립되고 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 파병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의 대가를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일 의회 연설에서 "그(푸틴)가 전쟁터에서 이득을 볼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그는 크나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 서방 회사들, 러시아와 교역 중단…하늘길도 막혀
서방은 6천300억달러(약 752조원)에 이르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보유외환 접근을 제한했고 일부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정부 차원의 제재뿐 아니라 이를 우려한 사기업이 러시아와 연관된 사업을 잇달아 중단했다.

카드·결제업계 양대 산맥은 마스터카드와 비자는 1일(현지시간) 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기관과 개인을 결제망에서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이날 러시아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포드는 러시아에서 사업을 즉각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보잉도 "러시아 항공사에 대한 부품, 유지보수, 기술 지원 등뿐만 아니라 모스크바에서 주요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볼보와 GM도 러시아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셸과 BP, 노르웨이 에퀴노르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캐나다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발표에 맞춰 러시아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1·2위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도 러시아 항구에서의 모든 해운업무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캐나다와 러시아가 상대방 항공기에 대한 영공 폐쇄를 발표한 데 이어 미국도 24시간 이내에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영공 비행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혀 하늘길도 봉쇄도 본격화하고 있다.

[우크라 침공] '침공의 큰 대가'…러, 국제사회서 급속히 고립
◇ 거대 IT기업도 참전…러시아발 SNS 여론전 차단
침공 전부터 러시아의 사이버공격에 맞선 거대 IT 기업들은 러시아 제재 범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정부 부처와 금융기관에 대한 악성 프로그램 침투를 감지하고 우크라이나 사이버 국방 당국에 통지했다.

이후 백악관 등 미국 정보당국과 협력하며 러시아와의 사이버전에 사실상 참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메타(페이스북)는 러시아 국영 언론 매체의 계정이 자사 플랫폼에서 광고나 영리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우크라이나군 장교와 유명 인사들의 계정을 탈취하려는 해커들을 적발해 해당 계정을 차단했다.

트위터도 가짜 뉴스 등에 대한 주의 차원에서 러시아 국영 미디어의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공유하는 트윗에는 경고 라벨을 붙이고 있다.

애플은 지난주 러시아 유통망으로 수출을 중단한 데 이어 1일 러시아에서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러시아에서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제한하고 러시아 이외 지역의 앱스토어에서 러시아 관영매체 RT, 스푸트니크뉴스를 내려받지 못하게 했다.

유튜브는 가짜뉴스 공세에 활용된 채널 5개를 곧바로 삭제했으며 RT와 스푸트니크의 채널도 차단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도 전날 EU에서 이들 매체의 콘텐츠를 차단했다.

[우크라 침공] '침공의 큰 대가'…러, 국제사회서 급속히 고립
◇ 대중문화·예술계도 러시아 '외면'
월트디즈니와 소니 픽처스는 러시아 극장에서 신작 영화 개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워너브라더스는 이번 주 예정됐던 영화 '더 배트맨'의 러시아 개봉을 취소했다.

넷플릭스는 1일부터 러시아에서 국영 방송채널을 의무로 송출해야 한다는 러시아 당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카네기홀은 지난달 25일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 세계적 지휘자인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를 무대에서 내리고 조성진을 투입했다.

이들 두 러시아 음악가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한 이력이 있어서다.

이 중 게르기예프는 거장이지만 푸틴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친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게르기예프는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에서도 퇴출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도 올여름 예정된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공연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유럽 최대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유로비전)의 주최 측인 유럽방송연합(EBU)도 올해 행사에서 러시아의 참가를 제한했다.

칸 국제영화제는 "러시아와 그 지도자들의 태도를 규탄하는 이들에게 우리 목소리를 보탠다"며 오는 5월 열리는 영화제에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크라 침공] '침공의 큰 대가'…러, 국제사회서 급속히 고립
◇ 스포츠계 "러시아 상대 안 하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달 28일 스포츠 경쟁의 정수를 수호하고 모든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종목별 국제연맹(IF)과 각종 대회 조직위원회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관계자의 국제대회 초청 또는 참가를 불허하라고 권고했다.

또 IF와 전 세계 스포츠 행사 주최 측에 ▲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관계자들이 러시아나 벨라루스의 이름으로 참가하지 않도록 할 것 ▲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가 상징, 국가 색, 국기, 국가 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할 것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 러시아의 휴전 결의 위반과 과거 다른 올림픽 헌장 위반 사례를 고려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부총리, 드미트리 코작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 등 3명의 올림픽 훈장을 모두 박탈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일 "앞으로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 국가대표와 클럽팀의 FIFA 주관 대회 출전을 금지한다"며 올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러시아를 퇴출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축구연맹(UEFA)과 공동으로 내린 조치로 러시아 대표팀 또는 러시아 클럽팀은 앞으로 국제 대회 출전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7월 잉글랜드에서 열리는 UEFA 여자선수권에도 출전할 수 없고 UEFA의 클럽 대항전인 유로파리그 16강에 진출한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역시 대회에서 실격 처리된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아이스하키와 럭비, 빙상에서도 퇴출당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해 앞으로 별도 발표가 있을 때까지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하며, 2023년 러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개최권도 박탈한다"고 밝혔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도 당장 이달 말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우크라 침공] '침공의 큰 대가'…러, 국제사회서 급속히 고립
대한컬링연맹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컬링연맹(WCF) 등 국제 스포츠 기구와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와 모든 경기를 보이콧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제럭비연맹도 이날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퇴출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3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 출전 중인 러시아는 본선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

유럽핸드볼연맹 역시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가대표 및 클럽팀의 유럽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징계를 내렸고, 세계태권도연맹(WT)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태권도 명예 단증을 철회하고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연맹 주최 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이날 러시아의 2022 남자 배구세계선수권대회 개최권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프로축구 로코모티프 모스크바의 마르쿠스 기스돌(독일) 감독은 "축구 감독은 세계 최고의 직업이지만 지도자가 전쟁을 일으킨 나라에서 그 일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며 감독직에서 사퇴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 세계 랭킹 15위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8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개막한 WTA 투어 GNP 인슈어런스오픈에 톱 시드를 받고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1회전에서 러시아 선수를 만나자 기권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계정에 "앞으로도 러시아나 벨라루스 선수와는 경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선수를 비난하지 않겠다.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준 러시아나 벨라루스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