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글로벌 왕따' 전략…"수년간 경제붕괴 부채질"
궁지 몰리는 러 "경제 전쟁, 실제 전쟁으로 바뀔 수도" 경고
[우크라 침공] 전례없는 경제전쟁…'1조달러 육박' 러 자산동결 효과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동결한 러시아의 자산이 무려 1조 달러(약 1천20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한 제재로는 역사상 최대로 평가되는 가운데 어떤 파급력이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 CNN방송은 1일(현지시간) 서방의 최근 제재의 목적이 러시아에 경제위기를 촉발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은 최근 침공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로의 직접적인 파병은 자제하고 있지만, 대신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등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제재에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제재는 일단 당장 러시아의 교역, 자금 조달을 방해하고 외국자본의 러시아 탈출을 점점 더 크게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내에서 효과는 일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폭락했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해야 했다.

러시아 은행과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는 현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경제 연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제재를 받는 러시아 은행들이 위기 대응 과정에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투자자들이 루블화 폭락을 우려해 러시아에서 대규모로 외화를 빼갈 가능성이 있고, 러시아 중앙은행이 대응 과정에서 올해 1천억 달러(약 120조원)를 써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CNN은 러시아 경제를 파괴하는 데 수년이 걸리더라도 계속 이런 방식으로 러시아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는 게 서방 전략이라고 해설했다.

실제로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우리는 러시아 경제의 붕괴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의 제재로 1조 달러에 가까운 러시아 자산이 동결된 상태라고 밝혔다.

[우크라 침공] 전례없는 경제전쟁…'1조달러 육박' 러 자산동결 효과는
전문가들은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활동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19년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6천700억 달러(약 2천14조원)다.

영국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번 제재로 러시아 GDP의 6%가량이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침공을 이어가 추가 제재가 뒤따를 경우 그 손실은 당연히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경험이 있는 만큼 달러화 의존을 줄이고 외환보유고를 비축하는 등 대비를 해왔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6천310억 달러(약 760조원)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또 유럽이 천연가스 수요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등 러시아가 주요 에너지 공급국인 점도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어려운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런 보호막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컨설팅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번 제재 상황에서 러시아 외환보유고 약 절반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보유 외환 중 3분의 2 정도인 4천억 달러(약 482조원)가 외국 금융기관에 보관돼 제재에 노출된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자는 러시아의 보유외환을 '군자금'으로 부르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를 쓸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위력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 총공세를 받는 러시아는 군사력으로 맞서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과 총리를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경제 전쟁은 매우 자주 실제 전쟁으로 바뀌었다는 인류 역사를 잊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러제재가 점점 확대되자 핵무기 전력의 태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