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에 나서면서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나아가 위안화의 국제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은행 300여곳이 SWIFT에 가입해 있으며, 러시아 전체 국제 금융거래의 80%를 SWIFT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 송금은 보통 각국 은행들 간 '송금 정보 송신'→양측의 송금 금액을 더하고 빼서 간소화하는 '청산'→청산한 금액을 보내는 '결제'의 3단계로 구성된다.

SWIFT는 국제 송금의 첫 단계인 송금 정보 송신을 담당하는, 고도로 높은 보안을 갖춘 전산망이다. 은행들이 SWIFT를 활용하지 못하면 사실상 국가 간 송금을 하지 못하게 된다. SWIFT는 1973년 당시까지 쓰이던 텔렉스를 대신해 설립됐다. 200여 국가의 은행들이 활용하며 하루 송금 정보가 4200만건에 달한다.

러시아가 SWIFT에서 퇴출되면 최대 수출품인 원유·가스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 수단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작년 러시아의 정부 수입에서 원유·가스 수출이 35.8%를 차지했다.

러시아는 서방국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SWIFT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4년 독자적인 결제망인 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SPFS)을 구축했다. 이어 중국이 2015년 중국국제결제시스템(CIPS)을 설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로 러시아가 자국 시스템보다는 중국의 CIPS를 더 많이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위안화가 러시아 루블화보다 국제화된데다, 러시아가 다른 제재도 받게 되면서 중국과의 교역에 더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리아 샤지나 카네기모스크바센터 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각국의 외환 결제 시스템을 통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SWIFT 내에서 쓰이는 통화의 비중은 지난 1월 기준 달러가 39.92%로 가장 높고 유로 36.56%, 파운드 6.3%, 위안화 3.2%, 엔화 2.79% 등이 그 다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작년 3분기말 기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12.8%로,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의 비중인 2.7%에 비해 월등히 높다.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17.5%에 달한다.

푸펑 베이팡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러시아가 상호 보완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원자재를, 중국은 제조 기술을 갖추고 있어 공급망에 타격이 적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러시아가 위안화 결제를 더 늘려 SWIFT 배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궈타이쥔안증권은 "중국의 CIPS를 통한 거래가 늘어나면 위안화의 국제화도 한 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