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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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전쟁이 없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말 확연히 꺾였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통화·채권의 수요가 이달 들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1일 러시아 화폐인 루블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이 2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고 보도했다.

미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이달 들어 3%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화폐인 흐리브냐는 1.5% 올랐다. 지난달 26일 79.2루블로 급등했던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이달 9일 74.75루블까지 하락했다. 이후 다시 77.2루블(11일 기준)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1월 최고점보단 낮은 상태다.

두 나라 채권 가격도 1월 말 이후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WSJ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말 연 11.0%에서 이달 10일 연 9.8%까지 떨어졌다. 각국이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경고하면서 변동성이 커졌지만 지난달에 비해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자산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가 오르면서 러시아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기준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연초보다 3.5배 급증했다. 러시아 외화보유액은 작년 12월 6300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러시아 정부가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1일 금리를 연 8.5%에서 연 9.5%로 올렸다. 이런 조치도 루블화 가치를 높이고 있다.

시장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폴 맥나마라 GAM 신흥시장 펀드매니저는 “시장에선 러시아가 공격적 행동 계획을 부인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상황이 심각한 데다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11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