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社4色'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전기차 전략 총정리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지난해 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인공은 테슬라였다.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르며 세계 자동차 기업 시가총액에서도 단숨에 1위에 올랐다. 전기차의 대명사 테슬라가 세계 최초의 전기차 회사가 아니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를 양산한 회사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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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2009년 출시된 미쓰비시자동차의 아이미브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로 종종 언급되는 닛산자동차의 리프는 이듬해인 2010년 시판됐다.

10년도 더 전에 일본 완성차 업체가 1곳도 아니고 2곳이나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를 양산했으니 지금쯤 일본은 전기차의 천국이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일본은 전기차의 불모지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일본 전체 승용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0.6%에 불과했다.

세계 최초로 전기차를 양산한 미쓰비시자동차는 2020년 전세계 통틀어 전기차를 1514대 팔았다. 자동차 업계 63위다. 아이미브는 지난해 생산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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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가 아닌 일본 승용차로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를 양산하고 그동안 전기차를 주력으로 키워온 닛산도 6만2678대를 팔아 7위에 그쳤다. 혼다 34위(1만2294대), 마쓰다 40위(9454대)는 물론이고, 1년에 자동차 1000만대를 파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도요타의 전기차 판매실적도 9134대로 41위에 불과하다. 1위 테슬라의 판매량은 45만8385대였다.

20세기 초반 자동차 회사로 재빨리 변신하는데 실패한 마차회사가 도태된 것처럼 전기차로 전환하지 않는 자동차 회사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2050년 탈석탄사회 실현을 목표로 내건 일본 정부도 2035년까지 신차(승용차 기준)를 모두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1~2달새 일본 자동차 대기업들이 잇따라 전기차 전략을 내놨다.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개성을 반영하듯 전기차 전략도 제각각이어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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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정리를 하자면 도요타는 전기차도 만들지만 하이브리드차, 수소엔진차 등 '차란 차는 다 만든다'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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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은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한다' 혼다의 전략은 '엔진 지상주의를 버리고 전기차만 만드는 전기차 전업회사로 완전 변신한다'이다. 그리고 지난달 전기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소니는 '전기차에 소니 백화점을 차리겠다'로 요약할 수 있다.

도요타가 1997년 첫 출시한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는 세계적으로 600만대 이상이 판매되면서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했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도요타는 232만대의 신차를 판매해 미국의 자존심인 제너럴모터스(GM)를 89년만에 제치고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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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는 가솔린엔진 차량이었고 나머지 25%를 차지한 친환경차의 90%가 하이브리드차였다. 일본에서도 엔진차가 65%, 하이브리드차가 34%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1년에 1000만대를 팔고, 하이브리드카라는 든든한 시장을 다 버리고 현재 판매실적이 전체의 0.1%인 1만대에 불과한 전기차에 올인해야 할까. 도요타 사장의 다음 발언들에 이 같은 고뇌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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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화하면 전부 해결된다는 것은 착각이다." (2021년 3월16일 도요타공업학원졸업식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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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의 적은 탄소입니다. 절대 내연기관이 아닙니다." (2021년 7월31일 오이타현 수소엔진 내구 레이스 직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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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사장은 전기차를 좋아합니까, 싫어합니까. 사장으로서 답하기 어려우면 모리조(도요타 사장이 카레이서로 활동할 때의 이름)로서 답변해 주십시오." 도요타 사장 "대단한 질문이네요. 구태여 말씀을 드리자면 지금까지 도요타는 전기차에 흥미가 없었다. 지금부터는 전기차에 흥미가 있다입니다." (2021년 12월14일 전기차 전략 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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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350만대, 30차종을 투입하는데 이래도 전기차에 전향적이지 않은 회사라고 한다면 어떡해야 전향적인 회사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거꾸로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발표회)

현재의 1등 자리도 지키면서 전기차 시장도 놓쳐서는 안되는 도요타의 고민이 드러난다. 어쨌든 지난해 12월14일 도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 세계 판매대수를 350만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200만대였던 기존 목표를 80% 늘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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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안에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을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를 위해 친환경차 연구개발비와 설비투자 등에 2030년까지 8조엔(약 83조원), 이 가운데 절반인 4조엔을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에 투자하기로 했다.

30종의 전기차를 새로 출시하고,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는 2035년까지 전기차 전업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파격적이긴 하지만 무게중심을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에 두고 있는게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전업회사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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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서 "전기차를 싫어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도요타 사장은 전기차 반대론자로 유명하다. 대규모 전기차 전략을 발표한지 2주 뒤인 지난 1월 사내 시무식에서도 "자동차는 역시 엔진소리를 내며 달리는 것이 좋다"라고 밝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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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모리조'라는 이름으로 카레이서 활동도 하고 있다. 차량의 최종 승차감을 점검하는 테스트 드라이버로 활약한다. 그가 '전기차 올인'에 반대하는 건 개인적인 취향 때문 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답게 도요타는 내세울 카드가 많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잘 팔리고, 독자적으로 구축한 하이브리드 시장이 있다. 수소연료를 사용해서 모터로 달리는 연료전지차(FCV)의 기술도 세계 시장 전체의 61.6%를 갖고 있다. 31.8%의 현대자동차를 멀찍히 앞선다.

수소엔진 자동차도 도요타가 공을 들이는 분야다. 연료전지차(FCV)가 수소연료를 사용하지만 모터로 달리는 자동차라면 수소엔진 자동차는 기존의 엔진을 수소연료로 돌리는 시스템이다.

소니 애플 같은 다른 업종의 기업이 전기차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이유는 자동차 업체들이 지난 140년간 쌓아온 엔진이라는 진입장벽이 모터에 의해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수소연료로 엔진을 돌리는 수소엔진차는 도요타가 쌓아올린 엔진 기술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클린카다.

지난해 7월31일 오이타현에서 있었던 수소엔진 내구 레이스에서는 모리조 레이서, 즉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직접 출전한 가운데 도요타의 수소엔진차가 24시간 내내 서킷을 도는 레이싱을 완주해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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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후발주자라고 해서 도요타의 전기차 기술력이 처지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보다 화재 위험성이 낮고 주행거리가 2배로 늘어나는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받는다.

도요타가 보유한 전고체 배터리 특허는 약 1000건으로 500여건인 2위 LG에너지솔루션의 2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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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은행'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금력도 월등하다. 향후 5년간 영업현금흐름은 16조6000억엔, 1년내 현금화할수 있는 유동자산은 24조엔으로 세계 1위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폭스바겐을 압도한다.

'지금부터 전기차에 올인!'이라고 결정하면 전세계 자동차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수 있다는 의미다. 참고로 혼다와 닛산의 현금흐름은 5조4000억엔과 4조3000억엔으로 도요타의 20~30% 수준이다.

기존의 엔진차에 하이브리드,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PHV), 연료전지차, 수소엔진차, 전고체 탑재 전기차까지 모든 카드를 보유한 도요타가 전기차에 올인하는 대신 전 차종을 다 선보인다는 '풀라인업 전략'을 내세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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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최종적으로 어떤 차를 고를 것인가는 고객이 정하는 겁니다. 고객이 차종을 정할 때 도요타는 풀라인업의 다양한 차종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만한 선택의 폭이 있는 회사입니다.(라고 할수 있어야 합니다.)" (2021년 3월16일 도요타공업학원 졸업식 축사)

골드만삭스는 2030년 전기차 시장이 30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억대인 현재 세계 신차 시장 규모의 30%다. 도요타가 전기차 비중을 전체의 30%로 잡은 이유가 이 전망치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갑자기 무게중심을 전기차로 옮기는 대신 현재 자신이 1등인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로 최대한 돈을 벌면서 시장 판도 변화에 따라 전기차 비중을 바꿔 가겠다는 것이다.

닛산은 도요타보다 2주 가량 앞선 11월29일 '장기비전'을 발표했다. 5년간 2조엔을 투자해 친환경차 개발을 가속화하고, 2030년까지 전기차 15종을 포함해 23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인다는 내용이다.

2주 후 도요타, 다시 2주 가량 뒤에 소니가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면서 주목도가 낮아졌다. 1월28일 르노·닛산·미쓰비시자동차 기업연합은 2030년까지 230억유로(약 30조9300억원)를 투자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배 늘리고 35종의 전기차도 출시한다는 전략을 새로 발표했다.

지난 8일에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주요 시장에서 새로운 내연기관 개발을 중단하고 연구개발(R&D) 역량을 전기자동차 개발에 쏟아붓는다는 구상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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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주목을 모으는 회사는 혼다이다. 작년 12월 세계 최고속 자동차를 겨루는 F1의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혼다는 이튿날 모든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냈다. 박찬호 선수가 은퇴할 때와 같이 '시대가 변했으니 어쩔수 없지. 그래도 정말 고마웠어.'라는 분위기였다.

혼다의 마지막 F1 대회였기 때문이다. 혼다는 2040년부터 엔진과 완전히 작별하고 전기차와 연료전지차만 만들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가 주도하던 F1 시장에 혼다는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전설적인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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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성능의 엔진을 겨루는 F1에서의 성적을 바탕으로 혼다는 자연스럽게 '엔진의 혼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혼다가 엔진을 버린다니 일본인들의 맘이 복잡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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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의 혼다 답게 혼다는 그동안 철저하게 엔진차를 고집해 왔다. 2020년 판매차량의 89.1%가 가솔린차, 나머지 10.4%는 하이브리드차였다. 즉 99.5%가 엔진으로 달리는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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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업회사 선언 원년인 지난해 혼다는 전기차 모델인 '혼다e'를 내놨다. 깜찍한 외모에 주행거리도 283km로 준수해서 출시와 동시에 7000대가 팔렸다. F1 강자의 전통을 내세워 혼다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설계 등으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750km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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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기차 업체를 설명하면서 전자회사 소니를 빼놓을 수 없게 됐다. 지난 4일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사장은 전기차 진출을 공식화했다.

오늘날 소니는 게임, 음악, 영화, 전자, 반도체, 금융 등 6개 사업부문이 제각각 연간 1000억엔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사업재편에 성공했다. 소니의 최대 과제는 사업 부문간 협업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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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에서 요시다 사장은 "자동차의 가치를 '이동'에서 '엔터테인먼트'로 바꾸겠다"라고 선언했다. 이 말에 소니 전기차 전략의 모든게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소니가 꿈꾸는 전기차는 자동차라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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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움직이는 거실이라고 가정하면 소니의 6개 사업부분이 다 같이 들러붙어서 실력을 발휘할 사업으로 이만한 게 없다는 설명이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거실이 되면서 탑승자는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자부문의 음향 및 디스플레이 기기들이 설치된 거실에 게임, 음악, 영화 부문의 콘텐츠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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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반도체 사업부는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CMOS라는 이미지센서를 만든다. 2020년 소니의 이미지센서 점유율은 45.1%로 2위인 삼성전자(19.8%)의 2배를 넘는다. 소니 전기차에는 이미지센서가 40개 이상 들어간다.

금융은 얼핏 자동차와 무관해 보이지만 자동차리스, 할부금융 등 자동차금융은 최근 금융업계의 알짜 산업으로 통한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거실로 만들기 위해 소니가 개발하려는게 멀미를 안하는 차다. 아무리 근사한 거실이래도 탑승자가 멀미를 하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주변 소음을 지우는 '노이즈캔슬' 기술을 응용하고, 노면으로부터 받는 차체의 진동을 없애도록 서스펜션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소니의 화상센서와 영상, 음향기술, 콘텐츠를 결집하는 것이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자동차 업계가 100년간 갈고닦은 엔진 기술이 무의미해지면서 이종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전자기술과 소프트웨어, 콘텐츠의 융합이 요구되는 전기차 시대를 소니는 100년에 1번 올까말까한 기회로 보고 있다.

전기차라는 플랫폼에 소니의 전 사업부가 동원된 소니 백화점을 차릴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소니는 일본 기업 가운데 가장 사업재편에 성공한 기업인데도 일부 행동주의펀드 주주로부터 여전히 복합기업 할인을 해소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미국계 펀드인 샌드포인트는 수익력이 높은 반도체와 금융사업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6개 사업부문을 모두 활용하는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 이 같은 요구를 잠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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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도 많다. 자동차 회사가 아닌 소니는 먼저 차량을 양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시제품을 만드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대규모 제조는 매우 어렵다. 제조 시스템 설계는 자동차 자체의 설계보다 100배 어렵다"고 말했다. 시제차 한대를 만드는 것과 차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건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두번째는 전기차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다. 소니 뿐 아니라 모든 전기차 업체에 해당하는 과제다. 미국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즈는 현재 전기차 1대당 제조비용이 1만8200달러(약 2173만원)으로 가솔린차의 2.6배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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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계 최대 모터회사인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은 "5년후면 가솔린차와 전기차의 실력이 역전되고, 전기차가 가전제품처럼 일반화되는 2030년에는 차값이 2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회사들이 제각각 엔진 등 핵심부품을 개발하는 내연기간의 시대와 달리 전기차 시대에는 모터는 일본전산 등 몇개 회사,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등 일부회사로 표준화된다. 이렇게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가격파괴가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미 전기차 시장은 기존의 자동차 대기업과 소니, 애플 같은 이종산업 참가자, 중국 신흥기업 등이 생존을 위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500만원짜리 전기차가 히트를 치기도 했다.

소니 뿐 아니라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이러한 시장에서 수익을 낼수 있느냐는 최대 과제다. 실제로 2019년 소니와 같이 가전을 기반으로 하는 영국 다이슨이 전기차 진입을 추진하다가 포기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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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모빌리티가 어떤 형태로 운영할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힌트가 나왔다. 소니의 전기차 개발을 담당하는 가와니시 이즈미 상무는 "기본적으로 많은 자산을 가져가지 않는 형태로 가려고 한다. 새로운 제작방식을 모색할 것이다."라고 했다. 요시다 사장은 "일단 소니그룹이 100% 출자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 않는다"고 말했다.

소니가 기존 자동차 업체처럼 대규모 공장을 세우고 그 아래 2차, 3차 하청업체를 두는 피라미드식 방식(수직통합방식) 대신 모터는 A사, 배터리는 B사 하는 식으로 맡기는 수평분업 방식을 채택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들 A사와 B사로부터 지분투자도 받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4社4色'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전기차 전략 총정리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시장은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차 전략을 어떻게 평가할까. 도요타의 흐름이 가장 좋다. 도요타 주가는 지난해 32% 올랐다. 지난해는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면 주가가 오르는 '전기차 장세'가 이어졌다.

폭스바겐은 52% 테슬라는 50% 올랐으니 도요타가 경쟁사들보다는 높은 평가를 못받았다고도 할수 있다. 혼다와 닛산은 여전히 시장이 '과연 잘 할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있는 모습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