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ANG 10년 천하 저무나…5대 빅테크 균열
10년가량 ‘FAANG’이란 이름으로 우량 성장주 집단으로 대접받았던 미국 뉴욕증시의 5대 기술기업이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는 모양새다. FAANG은 메타의 옛 이름인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자회사)의 머리글자를 따 만든 용어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 등으로 나스닥지수가 올 들어 10% 가까이 떨어진 와중에도 애플 아마존 알파벳 등 ‘트리플A’(기업명이 A로 시작하는 세 종목)는 선방한 반면 메타 넷플릭스 주가는 맥을 추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FAANG을 지수(인덱스)처럼 한 묶음으로 사던 시대는 끝났다”며 FAANG의 붕괴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FAANG 10년 천하 저무나…5대 빅테크 균열

美 증시 주름잡던 FAANG에 ‘균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빅테크들의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FAANG 사이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려는 투자심리가 강해졌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들어 기술기업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싸늘해지기는 했지만 실적이 좋은 빅테크 주식을 저가 매수하려는 수요는 여전하다. 그러나 빅테크 대표주자인 FAANG의 실적과 전망, 주가 흐름이 지난주에 극단적으로 엇갈리면서 옥석가리기 심리가 강해졌다는 진단이다.

올 들어 나스닥지수가 9.88% 하락하는 동안 메타 주가는 29.51% 급락했다. 부진한 실적을 공개하면서 지난 3일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2513억달러가량 증발했다. 뉴욕증시 역사상 한 기업의 하루 시총 감소액으로는 최대였다. 호실적을 발표한 아마존 주가는 다음날인 4일 14%가량 뛰며 하루 시총 증가액(1910억달러)으로는 최대 기록을 썼다. 최근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한 알파벳 주가는 올 들어 1.07% 떨어지며 FAANG 중 가장 뛰어난 방어력을 보였다. 같은 기간 애플 주가의 하락률도 2.91%에 그쳤다. 이에 비해 넷플릭스 주가는 가입자 증가세 둔화 여파로 31.91% 떨어졌다.

WSJ는 “FAANG의 주가가 동반 상승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으던 시절은 끝났다”며 “넷플릭스를 우량 빅테크 대열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주 선별 투자해야 시장 이겨

뉴욕증시에 상장한 10대 주요 기술기업의 주가를 반영하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FANG+지수는 올 들어 10%가량 하락했다. 이 지수는 FAANG에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테슬라와 중국의 알리바바 바이두를 더해 산출한다. 이 지수는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연평균 31.9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작년까지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개별 종목 대신 인덱스에 투자하라”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조언이 빅테크 투자에 적용됐다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테슬라 AMD 엔비디아의 선호도가 FAANG을 앞지르고 있다. 다른 기술주 투자를 추가하는 게 FAANG 묶음투자보다 성과도 우수했다. 일례로 FAANG과 MS 6개 종목을 시장가치에 비례해 포트폴리오에 담았을 경우 올 들어 손실률은 8.1%로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하락률보다 낮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