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7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다음달에도 증산(감산 완화)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07% 상승한 배럴당 88.26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89.7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2014년 10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다. WTI 가격은 지난해 55% 상승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7.2% 올랐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 상승률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OPEC+는 이날 정례 회의에서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기존 계획을 다음달에도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7월 OPEC+는 2020년 합의한 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증산에 합의했다. 이에 작년 8월부터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해왔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당시 전체 감산 규모는 하루 580만 배럴 수준이었다.

국제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90.32달러까지 치솟았다.

예멘 반군의 아랍에미리트(UAE) 공습이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미군이 예멘 반군의 계속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UAE에 유도 미사일 구축함 ‘USS 콜’ 등을 배치하며 중동 지역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나타샤 커니버 JP모간체이스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면 국제 유가가 12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