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나는 Fed와 싸우지 않기로 했다"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다음날인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여전히 커다란 변동성 및 불확실성과 싸워야 했습니다.

주요 지수 선물은 이날 새벽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6.9% 증가해 시장 예상(5.5%)보다 훨씬 좋게 발표되고,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이전 주보다 3만 건 감소한 26만 건으로 4주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자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오전 9시 30분 다우는 0.8%, S&P500과 나스닥은 1% 넘는 큰 폭의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상승세는 불안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요즘 장세를 보면 오전에 오르고 오후장에서는 하락한다. 예전에는 내리면 저가매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주가가 오르면 매도세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사실 4분기 GDP도 따져보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우선 6.9% GDP 증가 폭 가운데 재고 증가가 4.9%포인트를 이바지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GDP는 생산의 척도입니다. 판매된 것보다 더 많은 재고를 생산한 게 지난 4분기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한 겁니다. ING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며 "재고를 제외하면 상당히 약한 수치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개인소비지출(PCE)은 4분기 3.3% 증가(예상 3.4%)하는 데 그쳤습니다. 물론 현재 미국의 재고가 워낙 적은 상황이어서 이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또 4분기 PCE 물가는 6.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가가 이렇게 오른 게 명목 GDP 증가율을 높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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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분기는 과거 수치입니다. 투자자들은 오미크론 변이 충격이 나타날 1분기, Fed의 긴축 여파가 미칠 올해 GDP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는 "재고는 1분기에는 훨씬 적은 기여를 할 것이다. 현재 잠정적인 1분기 GDP 증가율은 '0'으로 예측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도 "4분기 GDP의 많은 부분은 재고 증가를 반영하며 이는 이번 1분기에는 약간 줄어들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2022년 초 경기를 상당히 냉각시키고 있고, 우리는 이런 실망스러운 성장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강한 게 지금으로서는 금융시장에 그리 좋은 건 아니다. Fed에게 마음 놓고 긴축을 하라는 사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제롬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강력하며,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며 과거 천천히 금리를 올렸던 2015년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에는 실업률은 5%, 인플레이션은 2%였는데, 지금은 실업률은 3.9%, 인플레이션은 7%입니다.

FOMC 후폭풍은 이어졌습니다. JP모간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은 Fed 의장으로서 지금까지 한 발언 중 가장 매파적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부에선 "금리를 올릴 여지가 꽤 있다"라고 말한 걸 지난 2018년 "지금 금리가 중립금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라고 말해 시장에 충격을 줬던 것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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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는 올해 인상 횟수를 기존 서너 차례에서 다섯 차례 이상이 될 것으로 보는 곳이 늘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4회 이상일 가능성이 커졌으며, 시장이 점차 6~7회 인상을 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올해 다섯 차례, BNP파리바는 여섯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노무라의 경우 오는 3월에 50bp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5, 6, 7월에 25bp씩 세 번 더 올릴 것으로 봤습니다. 노무라는 투자 메모에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Fed가 직전 금리를 인상했을 때와 지금을 차별화하는 것처럼 보였고 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매파적이었다. FOMC가 임금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에 대해 금리 인상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라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OIS 시장은 FOMC 직후부터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다섯 차례 반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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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차대조표 감축 시점도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기존엔 7월 발표 예상이 많았는데요. 골드만삭스는 "Fed가 따로 발표한 '대차대조표 감축 원칙'을 보면 금리를 올린 뒤에 감축하겠다는 것만 있는 만큼 3월 FOMC 이후 언제든지 축소가 시작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2년에서 2년 반 동안 Fed가 현재 9조 달러에 육박하는 자산을 6조1000억~6조6000억 달러 수준으로 감축할 것으로 봤습니다. 매년 1조 달러가량 줄인다는 얘기입니다. 웰스파고는 "첫 번째 금리 인상 이후 대차대조표 축소 결정을 위해 적어도 한번 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5월 회의에서 축소를 발표하고 6월부터 실제 감축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예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대차대조표 감축 원칙을 따로 발표한 건 QT 개시 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5월 FOMC에서 발표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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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매파적 관측이 쏟아지자 채권 시장에서는 단기 금리는 오르고 장기 금리는 내리는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나타났습니다. Fed가 공격적으로 긴축할 것이고, 경제도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 많아진 탓입니다. 이날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9bp(1bp=0.01%포인트) 올라 연 1.19%까지 높아졌지만 10년물은 4bp 하락해 1.807%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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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곡선을 나타낼 때 가장 많이 쓰이는 5년물-30년물 스프레드는 2년 내 최대로 줄었습니다. 또 달러는 2020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고 금은 2% 하락해 1793달러까지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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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이번 FOMC에서 통화정책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길 기대했습니다. 3월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이 확신하고 있던 것입니다. 문제는 대차대조표 감축 관련 불확실성이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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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는 금리보다 대차대조표 감축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금리의 경우 처음으로 인상해도 상당 기간 주가가 버틸 수 있다는 게 역사적으로 증명됐습니다. 하지만 대차대조표 감축은 한 번 진행됐는데(2017년 10월~2019년 3월) 그 기간 주가는 큰 변동성을 겪었습니다. 2018년 S&P500 지수는 6.24% 내렸었습니다. 특히 양적 긴축(QT)은 증시 위협 요인인 장기 금리를 높일 수 있고, 금융시장에서 직접 유동성을 감소시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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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의 짐 캐런 채권 전략가는 팟캐스트에서 "Fed가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선 매우 뚜렷이 밝혔다. 그들은 3월에 이어 아마 6월, 9월, 12월에도 올릴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대차대조표에 대해선 파월 의장은 너무 크다는 말 외에는 축소 규모나 시기, 최종 금리 등을 밝히지 않았다. 대차대조표 정책의 불확실성이 어제 지배적 위험이었고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할 때 주가가 내린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대차대조표 축소가 금융자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정말 불확실하다. 시장이 매우 불안해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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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전략가는 "Fed가 금리 인상에 지나치게 매파적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이 예상하는 네다섯 차례 인상은 그것이 완벽하게 수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추가적인 대차대조표 정책의 시행을 조합하면 어떻게 될지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시장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큰 물음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보고 있는 지속적인 변동성의 원인이라고 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의문이 대차대조표에 남아 있고 매우 불확실하다는 것"이라며 "내가 보기에 시장 위험이 다음 달 동안 계속 높아지리라 생각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도 "금리 인상은 3월 회의에서 이뤄질 게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대차대조표는 감축 시점과 규모, 궁극적 보유 규모 등에 대해 뚜렷하게 나온 게 없다. 6월부터 시작될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것이 불확실하게 남아 있는 한 불안한 시장의 흐름을 보게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은 불안감을 계속 자극했습니다. 이날도 오후 12시가 넘어 오후장이 시작되자 나스닥 등 주요 지수는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4% 급락한 채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0.54% 내렸습니다. 다우는 0.02% 약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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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긴축은 주가 밸류에이션을 압박합니다. 밸류에이션이 압축될 때도 기업 이익(EPS)이 개선된다면 주가를 지킬 수 있습니다. 클레인워스햄스브로의 파하드 카말 최고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통제함에 따라 이제 기업 이익이 정말로 중요해진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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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인텔 등 100여 개 S&P500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기업 실적은 괜찮지만, 지난해처럼 월가 예상을 압도하거나 현재 시장의 분위기를 크게 바꿀 만큼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투자자들이 집중하고 있는 향후 실적 가이던스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급등 탓입니다.

대표적인 게 테슬라입니다. 전날 장 마감 뒤 테슬라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순이익은 전년 대비 일곱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11.55% 폭락해 829.1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자카리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인플레이션과 상품 가격 상승을 목격하고 있으며 이는 비용에 지속해서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단기적으로 높은 비용이 마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게 문제였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올해 시장에 어떤 신차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향후 매출에 대한 우려를 키웠습니다. 이런 우려는 전기차 주가 전체에 타격을 가했습니다.

인텔도 4분기 EPS는 월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1분기 EPS가 월가 예상(86센트)보다 낮은 80센트가 될 것이라고 밝힌 뒤 7% 폭락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많은 투자와 경쟁을 고려하면 향후 3년 이상 EPS가 낮을 것"이라며 '비중축소' 투자의견을 유지했습니다. 반도체 회사 테러다인도 월가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1분기 가이던스를 발표해 주가가 이날 22% 급락했습니다. 수요 둔화와 공급망 혼란 탓입니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램리서치는 강력한 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6.9% 폭락했습니다. 계속되는 공급망 문제를 이유로 향후 실적 추정치를 낮춘 탓입니다. 이는 반도체 업종 전체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맥도널드도 인건비 등 높아진 비용 탓에 월가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는 "월가의 EPS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지는 않겠지만 분기마다 지속해서 상향되면 시기는 끝났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은 긴축으로 인한 거시경제 역풍과 EPS 역풍을 함께 만났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조금 전 실적을 발표한 애플은 매출과 이익 등 모든 면에서 월가 예상을 크게 넘었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했고 EPS는 무려 25% 증가했습니다. EPS의 경우 월가 예상이 1.89달러였는데, 실제 2.1달러를 벌었습니다. 비용도 늘었지만, 매출 증가 폭이 더 커지면서 매출총이익률도 43.8%에 달해 월가 예상 41.7%를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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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까지 S&P500 지수는 6거래일 연속으로 장중 흐름이 뒤집혔고, 지난 7거래일 하루 평균 122포인트나 움직였습니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이런 불확실성과 높은 변동성에 대비해야 할까요?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위험한 약세장이나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도 "나는 이런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투자자들을 봤고, 소화 과정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긴축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아직 한 달 동안 Fed는 채권을 매입한다. 대차대조표 감축이 어떻게 될지 명확하지 않다. 주가 하락은 더 남았고, 이를 견뎌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인베스코의 브라이언 레빗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현재로서는 Fed와 싸우지 않기로 했다. 높아진 시장 변동성과 훨씬 더 완만한 시장 수익률에 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주식을 선호하지만, 더 높은 품질, 더욱 방어적인 주식으로 Fed가 주도하는 경기 둔화에 대비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 투기성이 높은 주식에 투자한 것은 작년으로 끝났다. 그리고 이번 경제 사이클이 (지나친 긴축으로) 너무 이르게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가 나올지 주시할 것이다. 만약 긴축 정책에도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면 그것은 악몽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