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보수 법조계 반대 속 첫 여성 대법관 탄생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에서 보수적인 법조계 인사들의 반대 속에 첫 여성 대법관이 탄생했다.

22일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은 전날 라호르 고등법원의 아예샤 A. 말리크(56) 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말리크 판사는 24일 대법원에서 취임 선서를 한 후 대법관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임기는 10년이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말리크 판사는 변호사로 근무하다가 2012년부터 라호르 고등법원의 판사로 일했다.

지난해 6월에는 성범죄 피해자의 성기를 직접 조사하는 검사 제도에 대해 '불법이며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파키스탄은 왜곡된 종교 신념으로 인한 보수적 여성관이 사회 곳곳을 지배하는 것으로 알려진 나라라 말리크 판사가 대법관에 취임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달 초 파키스탄사법위원회(JCP)가 말리크 판사의 대법관 임명을 승인하자 보수적인 변호사와 일부 법관 등 법조계 상당수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말리크 판사가 추천 순위에서 상위 3명에도 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말리크 판사는 지난해 9월에는 이같은 이유 등으로 사법위원회의 대법관 임명 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다.

여러 변호사 단체는 말리크 판사에 대한 대법관 임명이 강행될 경우 파업을 벌이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들은 여성이 대법관이 되는 상황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성별 격차를 지수화한 성 격차 지수(GGI·Gender Gap Index)에서 지난해 156개 나라 가운데 153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차별이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해마다 1천명에 가까운 여성이 '명예살인'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산된다.

명예살인은 다른 종파나 계급의 이성과 사귀거나 개방적인 행동을 한 여성이 가족 구성원에 의해 목숨을 잃는 일을 말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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