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미국·멕시코 국경의 강 건너 밀입국하려다 참변
AP "작년 미국에 밀입국한 베네수엘라인 8만명 추정"
미국 땅 끝내 못 밟고 강에 빠져 숨진 베네수엘라 7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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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미국에 가려던 베네수엘라 7살 여자아이가 미국·멕시코 국경 강에서 익사했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은 지난 18일 미국 텍사스주 델리오와 멕시코 코아우일라주 아쿠냐 사이의 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빅토리아의 사연을 전했다.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에 살던 36세 교사 마예를린 마요르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고국을 떠나 미국에서 새 삶을 찾기 위해 딸 빅토리아와 함께 지난 13일 집을 떠났다.

멕시코가 21일부터 베네수엘라인들에게 입국 비자를 요구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후였다.

힘겹게 마련한 돈으로 콜롬비아 메데인까지 버스로 이동했고, 거기서 멕시코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둘의 경비만도 가족이 감당하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다른 가족은 동행할 수 없었다.

멕시코 북부 국경까지 도착한 모녀는 밀입국 브로커, 다른 이민자들과 함께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미국으로 가기로 했다.

강은 그다지 깊지 않았으나 어린 빅토리아는 강을 건너는 도중 물살에 휩쓸려가고 말았다.

미국 쪽으로 건너간 마요르는 미 국경순찰대에 딸의 구조를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실종 소녀의 인상착의를 전달받은 멕시코 이민청 요원들이 수색 끝에 빅토리아의 시신을 발견했다.

빅토리아의 삼촌 카스티요는 AP에 "빅토리아는 집안의 기쁨이었다"며 "여기(베네수엘라)엔 아무런 미래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선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와 정치·사회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선 최근 몇 년 사이 600만 명 이상이 고국을 등지고 중남미 국가 등에 정착했다.

미국으로 가는 이들도 늘어 지난해 미국에 밀입국한 베네수엘라인들은 8만 명으로, 전년도의 6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AP가 베네수엘라 야권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 정부가 경유지인 멕시코에 불법 이민자 차단을 계속 압박하면서, 멕시코는 최근 몇 달 새 자국에 입국하는 에콰도르, 브라질, 베네수엘라 국적자들에 잇따라 비자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