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블링컨과 회담 뒤 밝혀…"우크라 위협한 적 없어"
"미·러 정상 접촉은 외무장관급 논의 성숙 뒤 가능"
러 외무 "미국, 러 안전보장안에 대한 문서답변 내주 주기로"(종합)
미국이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문서로 된 답변을 다음 주에 주기로 약속했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안보 협상 뒤 독자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다음 주 러시아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 문서로 된 답변을 받기로 하고 회의를 끝냈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미국 측에 러시아·미국 간 안전보장 조약안과 러시아·나토 회원국 간 안전 확보 조치에 관한 협정안 등 2개 문서 초안을 전달한 바 있다.

문서에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을 추가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진을 계속하는 것을 멈추고, 러시아 인근 국가들로 중·단거리 미사일 등의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지난주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과 자국의 안전보장안에 대한 연쇄 협상을 벌였으나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는 자국의 안전 보장안에 대해 먼저 미국이 확실한 문서로 된 답변을 줄 것을 요구해왔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견에서 "미국의 문서로 된 답변을 받은 뒤에 블링컨 장관과 새로운 접촉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의 후속 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너무 앞서가지 말자. 이 접촉은 충분히 준비돼야 한다"면서 외무장관급에서 논의가 성숙된 뒤 정상 간 접촉이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러 외무 "미국, 러 안전보장안에 대한 문서답변 내주 주기로"(종합)
라브로프 장관은 또 회견에서 블링컨 장관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준비설로 고조된 위기 문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측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지역 긴장 완화를 재차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협한 적이 없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입장을 분석하는 사람들에게 러시아는 공식 인사의 입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을 한 번도 위협한 적이 없음을 상기시키고 싶다"면서 오히려 "미국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한) '민스크 협정'을 이행하도록 우크라이나에 영향력을 행사해주길 요청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서방 동료들이 고조시키고 있는 히스테리는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무력행동을 부추기거나, 최소한 민스크 합의를 완전히 파기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노선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러시아는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군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선택의 자유'에 대한 주장을 거론하며 "오늘도 (미국 측으로부터) 동맹 선택의 자유에 대한 반복적인 논증을 들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는 동맹 선택의 자유가 다른 국가의 안보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한 여러 문서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이후 서방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흥분'이 수그러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약 10만 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하고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유례없이 강력한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해왔다.

러 외무 "미국, 러 안전보장안에 대한 문서답변 내주 주기로"(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