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항의집회…31일 상점폐업·대중교통 운행중단 제안도
美 시카고 흑인소년 16발 총격 사살한 경찰관, 조기 출소
차량 절도 혐의를 받는 10대 흑인 소년에게 16차례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으로 미국 사회에 '경찰의 공권력 남용 및 인종차별 관행'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전 시카고 경찰관이 조기 석방될 예정이다.

20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통신은 지난 2019년 1월 법원에서 징역 6년 9개월 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제이슨 반 다이크(43) 전 시카고 경찰관이 복역 3년 3개월 만인 다음 달 3일 조기 출소한다고 보도했다.

교정 당국은 반 다이크가 교도소에서 모범적 행동을 보여 수감 기간을 단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 수감된 장소 등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반 다이크는 시카고 경찰청 소속이던 2014년 도시 남부 트럭 터미널에서 소형 칼로 차량에 흠집을 내고 절도를 시도한 라쿠안 맥도널드(당시 17세)에게 16발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

이 사건은 시카고시가 유족에게 합의금 500만 달러(약 60억 원)를 지급하면서 조용히 묻히는 듯했으나 시민 소송에 의한 법원 명령으로 사건 발생 1년여 만에 현장 동영상이 전격 공개돼 전국적인 논란과 대규모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반 다이크는 뒤늦게 기소됐고, 경찰청장 해고에 이어 관할 검사장은 선거에서 낙선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장(현 주일 대사)은 2015년 재선을 앞두고 권력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샀으며 반 다이크 재판 시작일에 전격 3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를 떠났다.

재판에서 검찰은 "소형 칼을 쥔 용의자에게 16차례 총을 쏜 대응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징역 18~20년 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판사는 인종적 편견에 의한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보고 1급 살인 혐의 대신 2급 살인 혐의를 적용한 배심원단의 판단을 앞세워 징역 6년 9개월, 보호관찰 2년 판결을 내렸다.

반 다이크는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그가 형량의 절반도 복역하지 않고 출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맥도널드의 종조부인 마빈 헌터 목사는 "지난 주말 사법 당국이 반 다이크 조기 출소 사실을 알려왔다"며 "복수가 아닌 정의를 원했을 뿐이다.

그가 잘못을 뉘우쳤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카고 남부의 시민운동가들과 일부 주민들은 항의 집회를 열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시카고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시카고 최대 번화가 미시간 애비뉴 사업주 연합 '매그 마일 어소시에이션'(MMA)과 대중교통국(CTA) 노동조합 측에 "반 다이크 조기 출소에 대한 항의 표시로 오는 31일부터 상점 문을 닫고 대중교통 운영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