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회견서 푸틴에 경고

금융·수출 '고강도 제재' 시사
국제금융 거래망 퇴출 거론
반도체 장비 공급 차단 검토

중국 관세 철폐는 "아직 일러"
Fed 기준금리 인상엔 "동의"
北 미사일 관련 언급은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철회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는 동의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전례 없는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제 공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상대로 중대한 시험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는 뭐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러시아의 달러 결제 막을 것”
바이든 "러시아, 우크라 침공할 것…그땐 달러 결제 막겠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는 침공할 경우 책임을 져야 하고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무엇을 할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은 러시아에 심각한 피해를 줄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 은행은 달러로 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를 국제금융 거래망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러시아로의 수출을 막는 방안을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산업협회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적용한 외국산 제품 선적 차단이나 북한 제재안인 수출 통제 등을 검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 강도가 약하면 대응 강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 재앙이 되겠지만 소규모 습격을 하면 미국과 동맹이 어떤 제재를 할지를 두고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푸틴은 전면전을 원하지 않을 것 같고 러시아 대응 방식에 대해선 NATO와 차이가 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금지를 요구한 것에 대해선 “가까운 시일 안에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중국산 관세 인하 멀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對)중국 관세를 철폐할 때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어 “중국이 구매 약속을 충족시켜서 일부 관세를 철폐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아직은 거기에 이르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1월 대중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했다. 중국이 2년 동안 미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를 추가로 구매하고, 미국은 중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철폐하는 게 핵심이었지만 중국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대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은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심화할 것이란 우려로 관세를 부활하기도, 반대로 관세 면제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불이행을 용인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분석이 많다.

바이든 대통령은 Fed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Fed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제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자화자찬하며 2024년 대선에 출마할 뜻도 밝혔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024년에 러닝메이트가 될 것으로 보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며 “그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최근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에 대해선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회견에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내용은 다뤄지지 않았다. 같은 날 우편투표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 투표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상원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규정을 완화하는 안건은 찬성 48표, 반대 52표로 부결됐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