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코로나19에도 협력 지속"…라이시 "美일방주의 맞서 협력하자"
방러 라이시 이란 대통령, 푸틴과 회담…대미 공조 논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대결이 최고 수위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공통의 적'으로 둔 러시아와 이란 정상이 모스크바에서 만나 대미 공조를 다짐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크렘린궁에서 회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을 시작하며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모스크바를 방문해 준 데 대해 라이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양국 간 교역이 38% 이상 증가했다"면서 다방면에 걸친 러-이란 경제 협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국제무대에서의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언급하면서, 양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 정세, 이란 핵문제, 옛 소련 경제연합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이란 간 협력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EAEU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이 가입한 옛 소련권 국가 경제협력체다.

방러 라이시 이란 대통령, 푸틴과 회담…대미 공조 논의
이에 라이시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는 데 양국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양국은 협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이미 40년 이상 미국인들에게 맞서고 있고 절대로 제재와 위협 때문에 국가의 발전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이루어진 양국의 좋은 협력 경험이 다른 분야 협력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는 단기적이거나 가변적인 것이 아니라 항시적이고 전략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경제, 통상, 정치, 문화 등의 분야에서 관계를 발전시키고, 양국에 이로운 양자 형식의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이번 모스크바 방문은 작년 8월 취임 이후 처음이며, 이란 대통령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한 것도 2017년 이래 처음이다.

크렘린궁은 전날 라이시 대통령의 러시아 공식 방문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번 회담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계획) 복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JCPOA는 2015년 미국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등 6개국이 이란과 맺은 합의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대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미국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일방적으로 합의 탈퇴를 선언하며 이란에 제재를 다시 가했고, 이란은 이에 맞서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여왔다.

JCPOA 복원을 위한 회담은 작년 11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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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