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언론 "중국, 친중파 내분 피하려 경선기간 줄여"
쿵푸 고수 홍콩 행정장관 도전 선언
쿵푸 고수 체클리 신(冼國林·64)이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콩 행정장관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영춘권의 대가 엽문의 아들의 제자로, 무술영화 '엽문' 시리즈 제작에 참여했다.

또 유튜브를 통해 홍콩 문제에 개입하는 서방을 비판하고, 홍콩 정부가 시위대를 엄격히 다루지 않는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그가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임기 5년의 홍콩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는 오는 3월 27일 실시된다.

친중 진영이 장악한 1천500명 정원(현재 1천448명)의 선거위원회(선거인단)가 뽑는 간접선거다.

출마 희망자는 선거위 위원 최소 188명으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아야 한다.

동시에 해당 추천은 선거위 5개 직군별 각각 최소 15명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그런 후 정부 관리들로 구성된 공직 출마자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출마를 희망한다고 누구나 출마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역대 홍콩 행정장관은 중국 정부가 점찍은 인물이 당선됐기에 이번에도 중국 정부가 누구를 점찍느냐에 관심이 쏠려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아직 함구하고 있다.

심지어 선거 절차에 대한 공식 지침도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SCMP는 "선거위가 이달 초 선거 절차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직전에 중국이 갑자기 중단하라고 요청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경선 기간을 줄임으로써 친중파 내 어떠한 내분도 일어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선거제 개편 후 홍콩에 비정치적 환경이 조성되길 원하고 있으며 선거가 늦게 시작해 경선 캠페인 기간이 압축될수록 분열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홍콩문제 전문가는 "중국 정부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경쟁 속에 진행되길 원하지만 이전투구로 점철된 건강하지 못한 경쟁은 선거 후 좋은 통치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차기 홍콩 행정장관이 중앙 당국과 소통을 잘하고 미중 관계를 포함해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인물이길 바란다"며 홍콩 선거제 개편 후 처음으로 뽑는 행정장관에 더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정치행정학 선임강사는 "중국 정부는 2012년과 2017년 행정장관 선거 당시 친중 진영에서 벌어진 내분이 재현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며 경선이 일찍 시작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아직 침묵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홍콩 언론은 행정장관 선거에 도전할 후보로 캐리 람 행정장관과 렁춘잉 전 행정장관, 폴 찬 재무장관, 레지나 입 신민당 주석, 마거릿 챈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등을 거론하고 있다.

SCMP는 이중 폴 찬 재무장관은 람 행정장관이 연임에 도전할 경우 경선을 위한 좋은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으며, 마거릿 챈 전 사무총장은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한편 람 장관의 연임 도전 의사에 대해 한 홍콩 정부 고위 관계자는 SCMP에 "람 장관이 현재 선거 모드에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