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못내는 기술기업 심판대 올라…기관 투자비중 줄여
나스닥, 지난해 고점 대비 10%가량 내리며 조정장 진입 국면

그동안 미국 증시의 상승장을 이끌어 왔던 기술주(株)가 올해 들어 반대로 약세장의 주범이 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통화긴축 전망에 기술주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면서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 지수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기술주를 털어내고 원유나 그 밖의 투자 대안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적자 기술주, 최근 3개월여 사이 28% 급락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적자 기업들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

WSJ은 최소 4개 분기 이상 주당순이익(EPS)이 0 미만인 기업을 적자 기업으로 분류했다.

단,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최근 4개 분기 실적이 확인되지 않은 기업들은 제외했다.

WSJ의 분석에 따르면 적자 나스닥 기업의 주가는 지난해 9월 30일부터 지난 18일까지 평균 28% 급락했다.

이는 흑자 나스닥 기업이 같은 기간 0.7% 내린 것과 비교된다.

WSJ은 대표적인 적자 기업군으로 현금만 소비하고 있는 정보기술(IT) 기업, 당국 승인을 받은 약품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바이오기술(BT) 회사, 스팩 합병으로 재빨리 상장한 스타트업 등을 꼽았다.

예컨대 지난해 7월 기업공개(IPO)로 증시에 데뷔한 증권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는 주가가 그해 8월 70.39달러로 고점을 찍고 이후 80%나 급락했다.

나스닥의 BT 지수는 지난해 9월 30일 이후 17% 하락했고,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회사와 스팩의 주가를 추종하는 '디파이언스 넥스트젠 스팩 디라이브드 상장지수펀드'(ETF)도 같은 기간 17% 내렸다.

이들 기업은 장래 수익의 현재가치를 바탕으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책정되기에 금리가 오르게 되면 이들 기업의 밸류에이션도 타격을 받는다.

연준이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을 예고했고, 올해 들어서도 점차 통화 긴축의 목소리를 높여와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특히 이날 미 국채 금리는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급등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의 금리는 2020년 2월 이후 처음으로 1%대를 돌파했고, 10년물 국채 금리도 202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87%대로 올랐다.

자산운용사 '티 로 프라이스'의 팀 머리 전략가는 올해 만만치 않은 경제 여건 속에서 투자자들이 성장주에 투자하는 데 좀 더 선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 '기술주 전성시대' 끝나나…금리인상 전망에 하락세
◇ 나스닥지수 고점 대비 9.7% 하락…조정장 들어가나
블룸버그통신은 나스닥 시장이 조정 장세 직전까지 갔다고 평가했다.

나스닥지수는 현재 지난해 11월 19일 고점에 비해 9.7%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이날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다.

통신은 나스닥지수가 고점 기록 없이 2개월 이상 하락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이번이 최장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조정 국면에서 저가 매수세가 금방 유입된 반면,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투자자들이 나스닥으로 복귀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현재 진행 중인 실적 시즌도 나스닥의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회복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그동안 기술주의 강점으로 꼽혔던 독보적인 성장세의 강점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알파티알에이아이'의 막스 고크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모두가 기피했던 가치주가 조용히 강해지고 있다"며 "이제 투자자들은 가치주의 꾸준한 현금 흐름과 안정적인 성장률이 믿을 만하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 기관, 기술주 팔고 원유 등 다른 투자대안 모색
기관투자자들의 기술주 '손 털기'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달 7∼13일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기술주에 대해 비중확대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응답 비중은 1%에 그쳐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다.

대신 은행주(41%)와 제약주(30%)를 더 담았다는 펀드매니저가 많았다.

도이체방크가 실시한 별도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대다수가 미국 기술주 주가가 '거품' 영역에 있다고 생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헤지펀드가 주식과 채권을 팔고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에 대한 이유로 헤지펀드의 유가 선물 순매도 포지션이 이날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점을 들었다.

또 금리 상승기에는 경기민감주가 상승탄력을 받고 중소형주 역시 오르는데, 경기에 민감한 중소형주가 주로 포진한 러셀2000 지수는 올해 들어 3.7%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은 헤지펀드가 중소형주 대신 원유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가도 최근 상승 추세다.

당초 원유 수요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의 영향력이 의외로 크지 않은 점이 유가 상승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원유 가격이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증시 '기술주 전성시대' 끝나나…금리인상 전망에 하락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