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발행 실패에 채권가격 급락…주가도 5년만에 최저
중국 부동산 위기에 1위 업체 비구이위안도 '흔들'
새해에도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 부동산 개발사 가운데 지난해 매출 기준 1위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새로운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구이위안은 중국 부동산업계에서 신용등급이 양호한 몇 안 되는 민간기업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와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사태로 부동산 업계 주식·채권 투매 바람이 일었을 때도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금융서비스업체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의 2026년 만기 채권 가격은 17일 액면가의 67.5%까지 내려갔다.

이 채권 가격은 최근 3거래일간 20% 이상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주는 비구이위안 채권 사상 최악이었다면서 이 회사의 대부분 달러채 가격이 액면가보다 25∼35%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비구이위안 주가도 홍콩 증시에서 8.1% 급락해 거의 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장 마감 후 시장에서 1천만달러(약 119억원) 어치의 자사 채권을 매입했다.

주가가 급락한 것은 전환사채(CB) 발행에 실패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비구이위안은 지난주 전환사채를 발행해 3억달러(약 3천600억원)를 조달하려고 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계획을 취소했다고 한 소식통이 WSJ에 말했다.

전환사채는 발행할 땐 회사채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 가능하다.

투자자는 채권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일정 선 이상으로 오르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부동산 위기 이후 일반 채권 발행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비교적 건실한 업체로 인식됐던 스마오(世茂·shimao)도 그림자 금융 대출을 갚지 못해 최근 채권 가격이 폭락했다.

룽광(龍光·Logan)그룹 채권도 급락했다.

이 회사의 2023년 만기 채권 가격은 1주일 만에 액면가의 91.9%에서 62.8%로 떨어졌다.

루서 차이 크레디트사이츠 선임 애널리스트는 투자 심리가 약하다고 언급하면서 건실한 부동산 개발업체도 풍문과 부정적 뉴스로 큰 변동성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구이위안은 다음 주까지 4억1천100만달러(약 4조9천억원) 규모의 달러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7월에는 7억달러의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비구이위안은 다음 주 채권 상환에 필요한 자금은 이미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에 대해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각각 'Baa3', 'BBB-' 신용등급을 부여한 상태다.

모두 투자등급에서 가장 낮은 단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투자 부적격 등급에서 가장 높은 'BB+'로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