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방치, 美 보건·안보 해쳐…바이든의 '전략적 인내' 지속가능 불가"
WP "美, 백신외교로 대북 돌파구 마련해야"…비건, 北 접종 강조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미국의 경고가 반복되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이 대북 백신 외교를 통해 안보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미국 외교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우린 1년 더 북한을 등한시할 수 없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더욱 위험한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세계가 북한에 관심을 두도록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과의 거래가 조 바이든 정부 관료들이 하고 싶어하는 마지막 일이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로긴은 "점점 더 위험해지는 외교적 교착상태를 타개할 새롭고 창의적인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북한에 제공함으로써 대북 안보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이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백신 제공 등 방역 도움을 거부해왔지만 작년 말 국제보건기구(WHO) 등의 의료물자 공급 등을 수용하고 있다며 "일부 북한 전문가와 전직 관료는 이것이 외교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을 지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김정은은 세계 모든 지도자처럼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방법을 알길 원한다"며 "과거엔 없었던 인도주의적 개방이 있을 수 있고, 이는 광범위한 안보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로긴은 김 위원장의 최근 국제기구 물자 수용 등은 그가 미국산 백신과 치료제 등 더 큰 인도주의적 패키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미 대북특별대표를 지낸 스티브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은 직접이 아닌 국제기구 원조를 통해 최소한 그러한 북한의 의도를 시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는 게 로긴의 전언이다.

비건은 "북한은 심각한 보건 문제와 변이가 전개될 배양접시가 될 가능성을 지닌 2천500만 명의 국민이 있다"며 "모든 북한 주민의 접종은 미국인, 유럽인, 중국인, 아프리카인의 접종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긴은 다만 "김정은은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취임을 기다리려 할 수 있기에 안보 이슈 협상에 나설 용의가 없을 수 있다"며 "인도적 지원이 외교적 돌파구로 이어지지 못해도 대북 백신 공급 방안을 찾는 것은 공중보건 필수과제"라고 언급했다.

로긴은 북한이 새해 들어서만 세 차례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고, 북한은 이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미국과 동맹 지역의 미사일 방어망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정부는 성명 발표와 제재 단행 등 평소 패턴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은 북한에 진력할 의향이 거의 없었다.

북한인권대사나 주한대사도 지명하지 않았다"며 바이든의 '전략적 인내' 버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북한 전문가 조엘 위트는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이 가열되고 있고 북한이 앞서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일어난 일은 북한에만 한정된 게 아니기에 협상 과정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트는 "대북 협상은 참호 속 전투이고 꺼림칙하고 매력적이지도 않고 정치적으로 걱정스러운 것이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과 함께 앉을 방안을 찾아야 하며 아마도 백신접종이 문 앞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긴은 "북한을 비롯한 빈국을 방치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얽혀 있는 우리의 보건 및 국가 안보를 해치고 있다"며 미국이 백신을 활용해 북한에서부터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