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애플 '메타버스 인재' 쓸어가는 메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 메타(옛 페이스북)가 경쟁사에서 핵심 인력을 대거 빨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를 떠난 AR(증강현실)팀 직원 100여 명 중 40%가 메타로 옮겼다. 메타버스를 둘러싼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인력 쟁탈전도 달아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S·애플 '메타버스 인재' 쓸어가는 메타

MS AR팀 직원 몸값 두 배로 올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트인 프로필 등을 인용해 지난해 MS AR팀 인력 100여 명이 회사를 그만뒀다고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전체 AR팀 인력(약 1500명) 중 7%가량이 1년 새 MS를 떠난 것이다. 이 가운데 메타로 이직한 인원이 40명이 넘는다. 팀장급 인력이 MS를 떠나 메타로 옮긴 사례도 있었다.

MS AR팀 직원들은 최근 들어 무수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업계가 몰입도 높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AR 헤드셋 등 기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다. AR 헤드셋은 현실 세계에 가상 이미지를 덧입히는 장치로 가상현실(VR) 기기보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MS는 2015년 AR 헤드셋 홀로렌즈를 출시하며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어 MS 직원의 몸값이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WSJ는 “MS 직원들이 매력적인 헤드헌팅 대상이 되고 있다”며 “MS에서 홀로렌즈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직원은 몸값이 두 배로 오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MS 직원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메타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사명을 기존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꿀 정도로 공격적으로 메타버스 사업에 나서고 있다. 같은 해 메타는 유럽에서 메타버스 전문인력 1만 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시범 서비스로 운영하던 VR 플랫폼 호라이즌월드를 미국과 캐나다 사용자에게 무료로 공개했다. 올해 고급 VR 기기인 프로젝트 캄브리아도 선보일 예정이다.

인력 유치전 가열될 듯

메타는 애플에서도 메타버스 관련 인력을 대거 데려오고 있다. 지난해 애플에서 메타로 옮긴 엔지니어는 최소 100명에 달한다. 퇴사 행렬에 놀란 애플은 특단의 대책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말 애플은 핵심 엔지니어에게 최대 18만달러(약 2억151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한다고 공지했다. 진공청소기처럼 인력을 빨아들이는 메타를 저지하기 위해 애플이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애플은 메타의 AR 홍보 커뮤니케이션 대표를 영입하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빅테크의 인력 쟁탈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이직 규모가 커지고 속도도 빨라졌다는 평가다.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 경쟁이 가열된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구인·구직 사이트 인디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메타버스를 내세운 구인 광고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애플에서도 AR·VR을 아우른 확장현실(XR) 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메타버스 전문 인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빅테크 직원들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R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미라랩스의 매트 스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빅테크의 인력 유치전으로 노동시장에서 임금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경쟁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