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언론 "캐세이퍼시픽 처벌 압력도"…파티 참석자 계속 증가
"중국, 홍콩에 '내로남불' 파티 참석 관료 신속 조치 주문"
홍콩 고위직 수십명이 대거 참석한 '내로남불' 생일파티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해당 관료들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주문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SCMP는 중국 정부와 가까운 한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가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에 대규모 모임을 자제하라는 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관료들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 장·차관급 관료와 정치보좌관은 홍콩 정부의 추천을 받아 중국 정부가 임명한다.

문제의 파티에는 캐스퍼 추이(徐英偉) 민정사무국장(장관급)과 레이몬드 시우(蕭澤) 경무처장, 아우가왕(區嘉宏) 입경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라우시우카이(劉兆佳)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회장은 대중의 불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문제의 참석자들에게 강등, 감봉은 물론 해고까지 검토해야한다면서 "람 정부가 이번 사태에 엉성하게 대처한다면 정부의 신뢰도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또 복수의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홍콩 정부에 캐세이퍼시픽 항공을 처벌하라는 압력도 높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지역감염 사례는 캐세이퍼시픽 항공 승무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캐세이퍼시픽 승무원 한 명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채 방역 규정을 어기고 외식에 나서 해당 식당발 집단 감염을 불러일으켰고, 또 다른 승무원의 어머니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채 댄스동호회, 교회 등 여러 집단 감염을 촉발했다.

SCMP는 "공중보건 긴급 상황이 빠른 속도로 람 장관의 정치적 위기가 되고 있다"며 "람 장관을 비롯해 아직 누구도 출마하지 않은 차기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홍콩이 코로나19 5차 확산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중국, 홍콩에 '내로남불' 파티 참석 관료 신속 조치 주문"
앞서 지난 3일 저녁 홍콩 입법회(의회) 의원 20명과 정부 고위관리 13명이 참석한 대규모 생일파티가 홍콩 완차이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홍콩 대표 중 한 명인 위트먼 헝(洪民·53)의 생일파티다.

당국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파티에 참석하지 말라고 권고한 상황에서 열린 문제의 파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고위직을 포함해 약 100명이 정부 격리시설에 수용됐다.

헝 등 많은 참석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노래를 부르고 음식과 술을 먹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공분을 샀다.

이번 생일파티 스캔들은 당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 위기 상황이라며 오후 6시 이후 식당 내 식사를 금지하는 등 방역 정책의 고삐를 더 죄기 시작한 날 터져 나왔다.

홍콩 보건 당국은 지난 7일 이 파티에서 확진자가 2명 발생해 참석자 170명 전원을 격리시설에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람 장관은 해당 파티에 참석한 고위 관료 13명이 21일간 격리시설에 수용되며, 별도의 조사팀을 꾸려 이들이 방역 규정을 위반했는지 확인해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 당국은 확진자 중 1명은 잘못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라고 정정하면서 해당 사례와 연관됐던 약 80명은 격리시설에서 가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고위 관료 11명은 격리시설에 들어가지 않는 대신 자택격리를 하며 여러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됐다.

당국은 또 파티 참석자가 추가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전날 밤 현재 약 200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숫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해당 파티에서 또 다른 확진자가 확인됐다고 알렸다.

다만, 이 확진자의 사례는 격리 면제된 80명과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추가로 확인된 확진 사례가 지난 5일 해피밸리 레이스코스에서 열린 대규모 저녁 식사 모임에도 참석해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

해당 저녁 식사 모임에는 중국 전인대의 또 다른 홍콩 대표인 마하오후이도 참석했다고 명보 등이 보도했다.

"중국, 홍콩에 '내로남불' 파티 참석 관료 신속 조치 주문"
친중 진영은 문제의 생일파티가 방역 규정을 어기지 않았고 참석자들은 문제가 없다면서 오미크론 변이 지역감염을 촉발한 캐세이퍼시픽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생일파티에 참석해 격리됐다가 코로나19 오진 사례와 연관돼 하루 만에 격리시설에서 퇴소한 주니어스 호(何君堯) 의원은 "방역 정책에 구멍을 낸 정부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유일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인 탐유충(譚耀宗)은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이 항공사 승무원들과 관련한 방역 허점을 메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친중매체 대공보도 전날 사설을 통해 직원 관리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해 팬데믹 상황을 악화시킨 캐세이퍼시픽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