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념 행사장은 민주당 의원들로 채워져…트럼프 선동 책임론 분출
공화당선 "바이든이 정치적 이용" 비판…대선사기음모론도 터져 나와
[美의회폭동 1년] 의회서 묵념의 시간…정파로 찢긴 분열상 드러내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에서는 6일(현지시간) 의사당 폭동사태 1주년을 기억하기 위한 행사가 열렸다.

상원과 하원 의원들이 의사당 내 본회의장에 각각 모여 꼭 1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로 쳐들어와 민의의 전당을 유린하고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폭동 사태를 되새기며 묵념의 시간을 갖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2020년 11·3 대선이 13개월이나 지났음에도 아직도 지지층 간 대선의 정당성을 둘러싼 반목과 갈등이 여전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하원이 마련한 추념 행사에는 리즈 체니 공화당 의원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지지층 중 상당수가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의 결과였다면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폭동 1년이 지나도록 미국이 분열의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방증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1·6 폭동이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폭동 당시 현장을 지킨 경찰 등 의회 직원에게 거수경례한 뒤 "이들은 민주주의 수호자였다.

이들의 용기와 애국심은 여전히 영감을 주고 있다"고 격려했다.

또 "우리는 가장 어두웠던 그 날을 떠올리면서 그 반란 사태가 이 건물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 그 자체를 훼손하려 했음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체니 의원은 공화당에서 자신만 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언급한 뒤 "우리 당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전한 당내 영향력을 거론하며 "특정 개인을 추종하는 데 속박된 정당은 나라를 위해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체니 의원의 아버지이자 공화당 소속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도 자리를 함께해 공화당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美의회폭동 1년] 의회서 묵념의 시간…정파로 찢긴 분열상 드러내
상원 행사가 열린 본회의장도 대부분 민주당 의원들로 채워졌다.

묵념의 순간 공화당 의원 2명이 있었지만 발언에 나선 의원은 없었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그날, 그리고 지금 우리를 돕는 직원과 모든 이들에게 묵념의 순간을 바친다"고 말했다.

티나 스미스 상원 의원은 1·6 폭동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에 의해 발생한 일이라면서 공화당이 이날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도 비슷한 우려를 표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은 전세계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수호자였다"며 "주요 두 정당 중 한 곳의 지도적 인물이 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훼손할 때 우리는 그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을 겨냥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심연의 끝으로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즉각적 행동이 없다면 우리는 내전과 함께 소중한 민주주의를 잃을 진정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공화당의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당 지도부는 대체로 당시 발생한 폭력 사태 자체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하면서 민주당이 이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반격에도 나섰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폭력행위를 비판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투표권 확대 법안 추진을 위한 이벤트로 악용한다고 공격했다.

그는 "나라의 규범과 제도를 왜곡하려던 폭도들의 시도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우리의 규범과 제도를 폐기하기 위한 정당화의 명분으로 들먹이는 것에 입이 쩍 벌어진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 원내총무와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도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 외교 정책의 실패에서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1주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美의회폭동 1년] 의회서 묵념의 시간…정파로 찢긴 분열상 드러내
공화당 개별 의원들의 목소리는 엇갈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밋 롬니 상원 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이기는 것보다 공화국 체제의 강점에 대해 더 신경을 쏟는 지도자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생존할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비슷한 성향의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도들을 선동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극우 성향인 공화당 맷 개츠,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 의원은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음모론을 반복하는 풍경을 연출했다.

그린 의원은 연방수사국(FBI)이 폭동을 선동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늘어놓으며 "정부가 왜 연루됐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美의회폭동 1년] 의회서 묵념의 시간…정파로 찢긴 분열상 드러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