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중에 군인들이 스페인인 등 사제 6명 살해
엘살바도르, 1989년 예수회 사제 학살사건 재조사
엘살바도르가 30여 년 전에 발생한 예수회 사제 6명 학살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엘살바도르 대법원 헌법재판부는 5일(현지시간) 하급법원의 결정을 뒤집고 지난 1989년 11월 발생한 살해사건의 재조사 개시를 명령했다.

이에 따라 당시 사건에 연루된 군 고위 관계자들과 알프레도 크리스티아니 전 대통령 등이 다시 법의 심판을 기다리게 됐다.

국제사회의 분노를 산 당시 사건은 1979∼1992년 우익 군부와 좌익 반군인 파라분보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 사이에 벌어진 엘살바도르 내전 와중에 일어났다.

수도 산살바도르의 센트로아메리카나대학 캠퍼스 안에 군인들이 쳐들어가 이 대학에서 강의하던 저명 해방신학자 이그나시오 에야쿠리아 신부를 포함한 예수회 사제 6명 등 8명을 살해했다.

사제 중 5명은 스페인인이었다.

당시 예수회 사제들은 엘살바도르 내전 종식을 위해 정부와 반군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던 중이었다.

사건 이후 군 관계자 9명이 기소됐는데 이중 7명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장교 2명만 짧게 수감됐다 1993년 사면됐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크리스티아니 당시 대통령이 살해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나왔지만 그는 줄곧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해왔다.

엘살바도르 내에서 제대로 된 심판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스페인 법원이 지난 2020년 자국인 사제 5명을 살해한 혐의로 엘살바도르 옛 장교 1명에 징역 133년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사건 재조사 의지를 밝혀온 로돌포 델가도 엘살바도르 검찰총장은 이날 트위터에 "이 잔혹한 살인사건의 책임자를 찾아 정의를 구현할 것"이라며 대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