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리투아니아를 지원하기 위해 2억달러(약 2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리투아니아는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했다가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리투아니아 주재 대만대표부의 에릭 황 대표는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리투아니아산 상품 수입 및 산업 투자에 쓰기 위한 2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대만국가발전기금에서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펀드 투자의 우선순위는 반도체 레이저 생명공학 등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를 보유한 ‘반도체 강국’ 대만과 리투아니아의 시너지 효과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자국의 대만대사관 명칭으로 대만대표부를 쓰도록 허용했다. 대만대표부는 지난해 11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문을 열었다. 다른 나라들이 대사관 명칭으로 ‘타이베이’(대만 수도) 대표부를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조치로 리투아니아는 EU의 반중(反中) 기지로 떠올랐다. 이에 중국은 리투아니아와의 외교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낮추며 항의했다. 또 리투아니아 제품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한편 독일의 차량 부품회사 콘티넨탈에 리투아니아산 부품을 쓰지 말라고 압박하는 등 경제보복에 나섰다. 중국의 강경한 태도에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대표부 이름에 타이베이 대신 대만을 쓰도록 한 것은 실수”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중국의 보복으로 리투아니아가 곤경에 처하자 대만은 최근 리투아니아산 럼주 2만400병을 구매했다. 이 럼주는 중국으로 수출될 예정이었지만 통관이 막혔다. 이에 대만 정부는 럼주 전량을 수입하겠다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