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비하 논란이 제기된 디올 전시회 사진 /사진=웨이보
중국인 비하 논란이 제기된 디올 전시회 사진 /사진=웨이보
영국 공영 BBC 방송은 일부 서양 브랜드가 작은 눈의 동양인 모델을 기용한 것을 두고 중국에서 '비하 논란'이 제기된 것을 집중 조명했다. BBC는 이러한 논란이 중국인이 특정한 외모를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고집하는 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3일 BBC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지난해 11월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프랑스 브랜드 디올의 전시회에 출품된 여성의 사진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사진에는 주근깨투성이의 여성이 옅은 미소를 띤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일각에서는 "중국인의 얼굴을 비하했다" "아시아인에 대한 서양인의 편견을 형상화했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이후 디올 측은 "인터넷에서 비판이 나오자마자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며 "우리는 여론을 높이 평가하고 중국인들의 감정을 존중한다. 중국의 법과 규정을 엄격하게 따르며 모든 전시 작품 평가에 대한 관련 부문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엔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중국 여성 모델이 젓가락을 들고 피자 등을 먹는 모습을 담은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가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창업자들이 직접 나서 사과하기도 했다. 또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도 옅은 눈썹, 작은 눈, 높은 광대뼈가 두드러진 모델을 기용했다가 동양인 비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눈이 작은 동양인 모델을 기용한 건 서양 브랜드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중국 유명 식품기업인 '싼즈쑹수'(三隻松鼠)가 눈이 작은 모델을 기용한 바 있다. 당시에도 '중국인 외모 비하 논란'을 일으켰는데 BBC는 이 논란을 집중 조명하며 '싼즈쑹수'의 모델이었던 차이냥냥(菜孃孃)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게시물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중국에서 동양인 비하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구찌의 광고 /사진=트위터
중국에서 동양인 비하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구찌의 광고 /사진=트위터
차이냥냥은 글을 통해 "눈이 작으면 중국인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면서 "애국에 대해서 쌍수를 들어 찬성하지만 매사에 일을 크게 키우는 것은 병적인 상태"라고 주장했다. 즉, 해당 논란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의미다.

BBC는 작고 찢어진 눈의 동양인이 19세기 서구 문화에서 나타난 아시아인의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오늘날 많은 아시아인이 이(작고 찢어진 눈으로 표현하는 것)를 굉장히 모욕적으로 생각한다"며 과거 서양 영화에서 나온 악당인 푸만저우(傅滿洲)를 그 예시로 들었다. 작은 눈의 푸만저우는 청나라 복색을 하고 영화에 나타난다.

하지만 BBC는 이러한 논란에는 일부 중국인이 특정한 미의 기준을 이상적 아름다움으로 고집하는 것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뤼추루웨이(閭丘露薇) 홍콩침례대 교수는 BBC 인터뷰에서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미학적 다원주의를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특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억압한다"고 말했다.

BBC는 그러면서 "크고 둥근 눈에 대한 현재의 선호는 아이러니하게도 서구의 영향에 따른 최근 현상"이라면서 이는 중국이 개혁 개방한 1970년대 후반부터 발생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부 소비자가 해당 광고에 불쾌해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중국인을 보는 방식이 여러가지라는 생각을 거부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