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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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주택가격이 폭등하면서 미국인이 집을 사기 위해 빌린 돈이 1조6100억달러(약 1917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금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모기지은행협회(MBA)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규모가 1조61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전 역대 최대 기록인 2005년 1조5100억달러보다 1000억달러 많은 금액이다.

미국의 모기지 규모가 급증한 것은 주택시장 호황과 그에 따른 집값 상승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1% 올랐다. 이 지수는 미국 주택가격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오름폭은 다소 둔화하는 추세지만 집값 급등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기존주택 매매 건수 역시 2006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은 이자율과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 급증이 맞물리면서 집값과 대출액을 함께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또 많은 미국인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소득이 늘어 집을 갈아타고 신규 주택 매입에 나서는 사람도 늘어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WSJ는 전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고용시장 회복 등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민간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전년 동기보다 4.6% 증가했다. 부동산 중개회사 레드핀의 테일러 마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수입 중 상당액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서 리파이낸싱(재융자) 규모는 감소했다. 전체 모기지에서 재융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64%에서 지난해 59%로 줄었다. WSJ는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모기지 금리는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다수의 경제학자는 금리 인상으로 잠재적 주택 수요가 당장 꺾일 것으로 전망하진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