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7일째 상승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2월 인도분은 0.56% 오른 배럴당 76.99달러, 북해산 브렌트유 2월물은 0.11% 상승한 79.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많이 줄어든 데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수요가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새해 고유가 지속…125달러까지 오를 수도"
글로벌 투자은행과 주요 에너지기관들은 2022년에도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7개 기관의 새해 유가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브렌트유 기준 평균 80.72달러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기관은 모건스탠리(88.8달러)다. JP모간은 새해 유가가 평균 88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최고 12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골드만삭스도 85달러를 제시하면서 100달러를 넘어 110달러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바클레이즈는 각각 85달러, 80달러를 예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각각 70.60달러, 67.70달러로 지금보다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강력한 수요와 엇갈리는 공급 전망

주요 기관들은 새해 원유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2022년 하루평균 원유 수요는 1억79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9663만 배럴)과 팬데믹 이전인 2019년(9976만 배럴)보다도 많다. 가장 낮은 유가 전망치를 제시한 IEA도 새해 하루평균 원유 수요가 995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력한 글로벌 경제 성장세에 힘입어 원유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다. 골드만삭스는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항공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원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IEA는 “2022년 1분기에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수요가 잠시 줄겠지만 일시적일 것”이라고 봤다.

기관들의 유가 전망치가 엇갈린 것은 공급에 대한 전망이 달라서다. 유가 강세론자들은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 등에 따라 OPEC이 쉽게 공급을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으로 미국에서 셰일가스 생산량이 대폭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IA에 따르면 새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 전망치는 하루평균 1180만 배럴로 2021년 11월(1170만 배럴)보다 소폭 많다.

유가 약세론을 내놓은 IEA는 OPEC+(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가 원유를 증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IEA는 “OPEC+가 2020년 결정한 하루 1000만 배럴 감산 조치가 완전히 해제된다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도 생산을 늘릴 수 있다”며 “이 경우 새해에 원유 공급량이 하루 640만 배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핵 합의 불발 땐 급등

주목해야 할 변수로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따른 이란의 원유 증산이 꼽혔다. 새해 이란 핵합의가 복원돼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풀리면 이란은 하루평균 100만~200만 배럴의 원유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플래츠는 “이란 핵 합의가 복원되면 유가는 60~70달러 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이란 핵 합의가 불발되고 공급 악재가 겹치면 유가가 한때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은 장기적으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품질이 좋지 않고 지속적인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즈는 “비축유 방출은 일시적인 요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