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 베트남을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우승으로 이끌며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던 박항서 감독의 처지가 바뀌었다. 올해 스즈키컵 결승 진출에 실패하자 베트남 언론들의 비난 수위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지난 26일 싱가포르 칼랑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스즈키컵 태국과의 준결승 2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1차전에서 0-2로 졌던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 0-2로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2018년에 이어 대회 2연패와 통산 3번째 우승을 노렸으나 불발됐다.

베트남 언론은 박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베트남 매체인 소후는 "이제 매직이 떨어졌다. 박 감독이 12월 31일에 한국으로 휴가를 떠나는데 그전에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SPN 베트남판도 "월드컵 최종예선이 다가오지만 지금이 이별해야 할 때"라며 감독 교체를 주장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축구협회와 2023년 1월까지 계약했다. 하지만 이번 스즈키컵 우승은 물론이고 결승 진출에도 실패하면서 예전보다 입지가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

다만 일각에선 '박항서 감독 경질론'에 대해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베트남 매체 라오동은 "베트남이 우승에 실패한 것은 여전히 태국보다 그 수준이 낮은 국내 리그의 현실 때문"며 "(스즈키컵 4강 탈락은) 박 감독 등 외국 코치진의 책임이 아니라 베트남 국내 리그 지도자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