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항모' 칭화유니, 결국 중국 정부가 회생 모색
'중국의 반도체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칭화유니그룹(淸華紫光)을 중국 정부와 관련된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30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전날 열린 칭화유니그룹 채권단 회의에서 90% 이상의 지지로 파산구조조정안이 가결됐다.

앞서 칭화유니그룹 파산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베이징 중급인민법원은 베이징즈루(北京智路)자산관리와 베이징젠광(北京建廣)자산관리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을 칭화유니그룹 전략투자자 후보로 선정해 채권단 회의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통과된 파산구조조정안에 따르면 베이징즈루 컨소시엄은 늦어도 내년 3월 말까지 600억 위안(약 11조2천억원) 투자를 집행해 이 회사를 인수한다.

칭화대와 창업자인 자오웨이궈(趙偉國)의 회사인 베이징젠쿤(北京健坤)이 기존에 각각 보유한 51%, 49% 지분은 완전히 사라지고 베이징즈루 컨소시엄이 칭화유니그룹의 모든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파산 전까지 칭화유니그룹을 주도하던 자오웨이궈 회장은 최근 '공개 고발장'을 발표하면서까지 이번 파산구조조정안에 격렬히 반대했지만 베이징젠쿤은 결국 전날 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자오 회장 측이 갑작스럽게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기존 주주 주식을 백지화하는 파산구조조정안이 통과하려면 기존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동의가 필요해 자오 회장 측이 계속 반대한다면 이번 인수 계획이 좌초될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가 막판에 '거부권' 행사를 포기했다는 얘기다.

가장 어려운 관문이 될 것으로 예상된 채권단 회의에서 구조조정안이 높은 찬성 비율로 통과됨에 따라 칭화유니 매각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법원의 최종 승인 결정이 내려지면 파산구조조정안이 곧바로 시행된다.

베이징즈루와 베이징젠광은 모두 국무원 산하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가 투자한 기관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직접 칭화유니그룹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시장에서는 칭화유니의 새 주인 후보군이 알리바바-저장성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컨소시엄과 베이징즈루 컨소시엄 두 곳으로 좁혀졌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알리바바가 중국의 전략 기업인 칭화유니를 인수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미국 금융 당국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해 정보 공개 요구를 강화하는 등 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되면서 알리바바의 인수 방안이 무산됐다고 전한 바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나온 명문 칭화대가 대주주이던 칭화유니는 반도체 설계·제조사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안팎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하면서 막대한 빚을 안게 돼 결국 파산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작년 6월 기준 칭화유니그룹의 채무는 1천567억 위안(약 29조2천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의 만기가 1년 미만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장진아기자 janga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