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광산업체들이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사업을 잇달아 매각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투자자들의 탄소 감축 요구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에 따른 것이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속내는 니켈 구리 코발트 리튬 등 금속 원자재 투자를 늘리려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석유 등 화석연료보다 금속 원자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화석연료 손 떼는 BHP…'금속 빅4' 눈독

화석연료 팔고 금속 원자재 사고

26일(현지시간)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세계 최대 광산업체 호주 BHP그룹은 지난달 석유·가스사업을 호주 석유기업 우드사이드에 매각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BHP그룹 석유·가스사업의 가치는 약 150억달러(약 17조2350억원)로 평가된다. 올해 예상 수익만 20억달러일 정도로 석유·가스사업은 BHP의 캐시카우로 통했다. 하지만 BHP는 탈화석연료 기조를 명확히 하며 탄광사업 매수자도 찾고 있다.

영국 광산업체 리오틴토는 아예 모든 석탄사업을 정리하면서 최초로 석탄사업이 없는 글로벌 광산업체가 됐다. 앵글로아메리칸 역시 최근 몇 년간 탄광을 꾸준히 팔아 석탄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 6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석탄사업을 분할했다. 이 회사는 2024년까지 모든 석탄사업에서 손을 뗄 계획이다.

이들 광산업체가 화석연료 자산을 팔고 대신 선택한 것은 니켈 구리 코발트 리튬 등 금속 원자재다. 이들 금속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필수 원자재로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수요가 크게 늘 것이란 판단에서다. 리오틴토는 최근 아르헨티나 리튬광산을 8억2500만달러에 사들였다. BHP는 캐나다의 니켈광산 입찰을 시도하는 등 금속 원자재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고유가 시대에 석탄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금속 원자재가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RBC캐피털마켓의 타일러 브로다 광산 전문가는 “석탄사업은 투자자의 압박을 받는 등 여러모로 부담이 되고 있다”며 “석탄값이 t당 150달러에 거래되더라도 대형 광산업체들이 사업 철수를 후회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수요 폭발하는 금속 원자재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를 2도 낮추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2020년부터 2040년까지 니켈 구리 코발트 리튬 판매로 벌어들이는 총수입이 지난 20년보다 네 배 이상 증가한 13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원유 판매 수입(약 12조9000억달러)보다 많다.

금속 원자재가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점도 기업들엔 투자 매력 요소다. IEA는 2040년 리튬 수요가 2020년의 4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리튬뿐만 아니라 코발트와 니켈 수요도 20년 동안 각각 21배, 19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시장조사회사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30년 기준 리튬 수요는 179만t이지만 공급은 150만t에 그칠 전망이다.

니켈 구리 코발트의 공급 사정은 더 나쁘다. 이 금속들을 새로 채굴하려면 평균 19년 걸리기 때문이다. 시장에 10%의 초과 수요가 생길 때 니켈은 7.1%, 구리 3.5%, 코발트 3.2%, 리튬은 16.9% 생산을 늘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IEA는 금속 원자재 가격이 2030년에 최고점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화석연료 수요는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이 시행될 경우 2025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회사 블룸버그NEF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사라지고 전기차가 확산하면서 2050년까지 하루평균 원유 수요량 중 2100만 배럴이 증발할 것으로 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