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북서부 '열돔' 여파…변색되거나 말라죽는 나무 속출
미국 성탄절 트리 귀해졌다…농장 덮친 폭염에 무더기 고사
기후변화가 크리스마스 풍경에도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 주에서는 오는 25일 성탄절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트리의 품질이 떨어지고 판매도 줄었다.

올해 6월부터 미국 북서부에 닥친 여름 폭염 때문에 성탄트리로 쓸 침엽수가 대거 변색하거나 고사했기 때문이다.

오리건주에서 성탄트리를 키워 팔아온 래리 레이슨(78)은 재고가 없어 올해 장사를 사흘밖에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예년에는 11월 중순 추수감사절 무렵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 넘게 성수기를 누렸다는 게 40년 넘게 영업해온 레이슨의 증언이다.

태평양 연안인 미국 북서부는 지난여름에 '열돔'(heat dome)이 몰고온 지독한 더위와 싸웠다.

열돔은 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뜨거운 공기가 갇히면서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찬 공기와 더운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교란돼 열돔이 더 자주 발생한다고 의심한다.

미국 성탄절 트리 귀해졌다…농장 덮친 폭염에 무더기 고사
가디언은 "변화하는 기후를 보면 극단적 기상이 올해로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성탄트리 재배업자들도 혹서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거나 북쪽으로 농장을 옮기는 등 대처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트리 업자들은 묘목을 심고 6∼10년 키워 성탄트리에 걸맞은 모양새가 나오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미국 북서부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재고가 줄었을 뿐 품절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묘목이 집단 고사하고 업자들이 재정 타격을 받은 까닭에 몇년 뒤 심한 공급부족 사태가 눈에 띌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농장주인 데이나 퍼로는 올해 6월 건기 중에 화씨 100도(섭씨 37.8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닥쳐 갓 심은 묘목이 집단 고사했다고 밝혔다.

퍼로는 "성탄트리는 아주 노동집약적인 작물"이라며 묘목, 노동력, 시간 등 자본을 몽땅 날렸다고 손실을 설명했다.

오리건 성탄트리재배업자협회는 시간이 지나면 피해가 소비자에게도 체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톰 노비 협회장은 "지금 좀 망가진 트리를 구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는 지구 온난화 신호가 있다"며 "때가 가까워지면 올해 받은 타격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