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가 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중국 금융당국은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은행들에 부동산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21일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업체 자자오예(佳兆業·카이사)는 전날 밤 공고에서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원금 4억달러, 이자 1293만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자오예는 또 지난달 11일과 12일 예정됐던 2건의 달러채권 이자 2988만달러, 5850만달러도 내지 못했다고 공개했다.

회사 측은 전체 달러채무 규모가 지난 20일 기준 117억8000만달러(약 14조원)이며, 이번 3건의 디폴트가 전체 달러 채권 연쇄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지만 아직 다른 달러채권 보유의 조기상환 요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디폴트가 발생하면 채권자는 아직 만기가 오지 않은 채권의 상환을 요구할 수 있으며 법원에 파산을 신청할 수도 있다. 자자오예는 전면적 채무조정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채권단 대표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홍콩증시 상장사인 자자오예의 주가는 이날 장중 0.76홍콩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말 3홍콩달러대였던 주가가 하반기 들어 디폴트 위기가 고조되면서 70% 이상 폭락했다.

자자오예는 중국부동산협회 시공능력평가 27위의 대형 부동산개발 기업이다. 달러채권 발행 규모는 앞서 디폴트에 빠진 2위 업체 헝다(192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앞서 헝다도 지난 9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등급 강등을 계기로 공식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중국 당국이 작년 하반기부터 주택 가격 안정과 업체들의 부채 리스크 제거 차원에서 고강도 대출 제한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침체되고 있다. 올들어 이미 신리(58위), 당다이즈예(75위), 화양녠(93위) 등 중견 부동산 업체들이 잇따라 디폴트를 냈다. 스마오(9위), 푸리(12위) 등 대형 기업들도 도산 위기에 몰려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 위축이 중국 경기 둔화의 원인으로 부상하자 중국 당국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위원회는 최근 은행들에 부동산 M&A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우량 기업이 다른 부동산 업체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인수할 때 유동성을 공급하라는 내용이다.

다만 이런 금융 지원은 민간 부동산업체들보다 재무 상황이 안정적인 국유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간 업체들은 외부 M&A보다는 내부 유동성 관리에 더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부문에서도 국유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