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영국중앙은행(BOE)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1% 상승했다. 2011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시장 전망치(4.7%)도 웃돌았다.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영국에서 휘발유 가격은 1년 만에 30% 가까이 치솟았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도 커졌다. 부족한 인력이 1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구인난이 오미크론 확산으로 심화하고, 그에 따른 임금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 영국의 10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월 대비 0.1%에 그쳤다.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두고 BOE의 셈범은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높은 물가에도 금리 인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지난달에도 높은 실업률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새뮤얼 톰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에 의한 경제적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에 BOE가 쉽게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연 0.1%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고물가에도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11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상승해 1997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실업률이 높고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질 것”이라며 금리 동결 의지를 밝혔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