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세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 강화로 생산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면 공급망 혼란이 가중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세계 경제대국 미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델타보다 센 '오미크론 충격'…내년 美 성장률 3%대로 낮춰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 확산이 인플레이션과 같은 현존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위력이 센지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도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은 강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오미크론 사태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흐름은 델타 변이 확산 때와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주요 제조국이 공장을 폐쇄하면 공급난에 따른 물가 상승이 심화할 수 있다. 임금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미크론 감염을 우려하는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기업들이 유인책으로 임금을 올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려면 소비자들이 관광 외식 등 서비스 부문으로 소비를 전환해야 한다”며 “하지만 오미크론이 이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은 신흥국의 경제 회복세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와 주가가 급락하는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국들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미크론 사태를 언급하며 기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수 있다고 3일 밝혔다. IMF는 지난 10월 공급망 병목현상 등을 반영해 올해 세계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6.0%에서 5.9%로 하향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4.9%를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오미크론 출현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내년 미국의 성장률 예상치를 4.2%에서 3.8%로 낮췄다. 올해 4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3.3%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오미크론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로랑스 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에 “오미크론이 이전처럼 대처할 수 있는 것이라면 공급망 붕괴가 연장되고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라면서도 “셧다운이 확대된다면 소비 수요가 줄어들고 물가 상승세가 억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