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JP모간의 강세 시나리오…하루 만에 강제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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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은 마구 번지고, Fed는 인플레이션에 쫓겨 계속 금리를 올린다면?"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투자자들은 이런 의문을 머리에 떠올린 듯합니다. 이런 의문은 증시의 변동성을 높이고 널뛰기 장세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우는 지난 6거래일 동안 905포인트 하락→ 237포인트 상승→ 652포인트 하락→ 462포인트 하락→ 618포인트 상승→ 59.71포인트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이날 한때 375포인트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시작은 오전 8시 30분 발표된 노동부의 11월 고용보고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은 월가 예상치 55만 개를 훨씬 밑도는 21만 개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이는 하반기 들어 가장 적은 것입니다. 월가 금융사들은 가장 많은 곳은 80만 개, 적은 곳이 37만5000개를 예측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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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가 나온 직후 2년물 금리가 폭락하고, 주가지수 선물도 꺾어졌습니다. 하지만 잠시였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용은 헤드라인 수치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입니다.

계절 조정을 거치지 않은 실제 증가한 일자리는 77만8000개에 달했습니다. 계절 조정이란 시계열 분석을 위해 통계를 낼 때, 계절 변화에 따른 변수를 없애는 통계적 조작 방법이다. 통상 기후, 온도, 휴일 등으로 인한 변수를 없애는 것인데, 지난해 팬데믹 발생 이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상황에 따라 출렁이면서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노동부조차 "조사를 위한 자료수집은 전염병의 영향을 받고 있다"라고 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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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지난 6개월 동안 매달 신규고용 수치가 한두 달 이후 크게 상향 수정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지난 9월 신규고용 수치의 경우 19만4000개로 예상(50만 개)보다 크게 낮게 발표되어 시장에 충격을 줬었지만 이후 세 차례 수정되면서 이날 37만9000개 증가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또 노동부는 고용주, 가계 등 두 군데 조사를 거쳐 고용보고서를 만듭니다. 그런데 지난달 두 조사 사이에 차이가 매우 컸습니다. 비농업 고용 수치를 작성하는 데 기초가 되는 고용주 조사에서는 고용이 21만 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실업률을 집계하기 위해 실시하는 가계 조사에서는 113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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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가구 조사를 기반으로 한 11월 실업률은 4.2%로 집계돼 전달 4.6%에 비해 0.4%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월가 예상치인 4.5%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한 것입니다.

또 미 중앙은행(Fed)이 중요시하는 노동참가율은 11월 61.8%로 전달 61.6%에서 0.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상당히 긍정적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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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08달러(0.26%) 오른 31.0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 9월의 0.6%, 10월 0.4% 증가한 것에 비해선 낮아졌습니다. 임금 상승 압력이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평균 주간 노동시간은 전달보다 0.1시간 늘어난 34.8시간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대해 르네상스 매크로는 "주간 노동시간이 11월에 10월보다 증가하면서 총 주간 임금은 더 강하게 늘었다. 지난 3개월 동안을 따지면 연율로 11.8%나 올랐다. 이는 Fed가 과열이라고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두 설문 조사 사이의 큰 불일치에 당혹스럽다"라면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노동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가용 인력 풀은 66만1000명이 줄어 1270만 명으로 축소됐고 그중 82%인 1100만 명은 항시적 실업자다. 가용 인력은 170만 명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Fed의 목표인 '완전 고용', '최대 고용'이 매우 가깝다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월가는 Fed가 오는 15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가속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고용 지표가 나온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반영되며 2년물 등 단기 금리는 다시 오르고, 장기물 금리는 소폭 하락했습니다.

증시에서는 경제 펀더멘털이 강력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오전 9시 30분 주요 지수는 0.3~0.6%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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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분 만에 흐름은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나스닥의 경우 오전 9시 35분부터 방향을 틀더니 9시 40분부터는 내림세로 전환했습니다. 그리고선 폭포수처럼 떨어졌습니다.

Fed 내에서 가장 강력한 '매파'로 자리매김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의 발언이 시장이 전해질 무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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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드 총재는 미주리 은행협회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쇼크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다.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는 약 19개월 전에 끝났지만, FOMC의 정책 설정은 여전히 침체가 시작되었을 때와 거의 같다"라며 비판했습니다. 그는 “실물 경제가 회복되지 않았다면 이 완화적 통화정책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이미 팬데믹 이전의 정점을 지났고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많은 노동 시장 지표는 노동 시장 상황이 매우 빡빡하다는 것을 나타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FOMC가 통화정책 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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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1월 고용보고서에 대해서도 "꽤 강력하게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연설을 들은 월가의 한 관계자는 "불러드의 말은 Fed가 정책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들렸다. 그렇다면 Fed는 급하게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고용 등 경제도 좋은 상태이니 Fed는 기준금리를 많이 올릴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즈음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퇴치에 대한 중앙은행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제롬 파월 의장이 내년에 네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것은 (시장에) 충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신뢰를 회복하려면 충격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오전 10시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11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9.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고치(66.7)뿐 아니라 월가 예상치(65.0)도 크게 웃돌았습니다. ISM의 앤서니 니베스 협회장은 "수요가 공급을 계속 앞지르고 있으며, 설비 제약 및 노동력과 자재 부족, 물류 대란이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이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는 좋고 인플레이션이 높다는 건 Fed가 금리를 올리기 좋은 환경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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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고용과 ISM PMI를 본 바클레이스는 내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기존 5월에서 3월로 앞당긴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일 5월로 앞당긴 것을 사흘 만에 더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또다시 수정한 것입니다.

Fed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예상 속에 주가와 금리가 동시에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10년물은 1.3%대로, 30년물은 1.6%대로 떨어졌고 나스닥은 2% 넘게 하락했습니다. 무시무시한 공포가 시장을 위축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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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우울한 오미크론 관련 뉴스가 이어졌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지난 나흘 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312명에서 2828명으로 네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일 환자가 두 배가량 늘어나는 엄청난 속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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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38개국에서 오미크론에 감염된 확진자가 나왔다며 이는 2주 전의 23개국에서 늘어난 것으로 델타 변이보다 훨씬 더 전염력이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도 오미크론 확진자가 6개 주에서 수십 명이 발견됐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증시가 열리지 않는 주말 이틀 동안 어떤 오미크론 관련 뉴스가 헤드라인으로 뜰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식 투매가 이뤄졌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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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장 막판 15분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어 하락 폭이 좀 줄었습니다. 다우는 0.17%, S&P500은 0.84% 내렸고 나스닥은 1.92%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스닥은 한때 2.92%까지 폭락했었습니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기술주가 가장 많이 내렸습니다. 애플(-1.17%) 마이크로소프트(-1.97%) 등 빅테크 주까지 줄줄이 하락했고 어도비(-8.24%) 테슬라(-6.42%) 엔비디아(-4.46%)도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나스닥 주식 8개 중 1개 이상이 오늘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전날 여행 주 등 경기 민감 주들은 크게 반등했었습니다. JP모간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전략가가 보고서를 내고 "초기 자료들을 봤을 때 오미크론이 전염성이 더 높지만 덜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염성은 강하지만 치명률이 낮은 바이러스가 더 심각한 변이를 몰아낸다면 오미크론은 치명적 팬데믹을 계절성 독감과 비슷한 것으로 바꾸는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라고 주장한 덕분입니다. 그는 "경기민감주, 원자재, 경제 재개 관련주에 대한 매도를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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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보고서는 하루 만에 폐기됐습니다. 오미크론 변이 우려가 커지자 아메리칸항공(-4.59%) 노르웨이지안크루즈(-4.54%) 퍼스트리퍼블릭뱅크(-4.28%) 등 경기민감주들도 줄줄이 하락했습니다.

살아남은 건 CBS바이아컴(+5.11%) 화이자(+2.32%) 펩시코(+2.55%) P&G(+1.78%) 등 고품질의 경기방어주들 뿐이었습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한때 35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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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 관련 보고서가 시선을 끌었습니다. 이날 가장 대표적인 아크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ARKK)는 5.53% 내렸고 일주일 동안 12.6%, 한 달 동안은 24.8%나 급락했습니다. 지난 한 달간 S&P500 지수는 3% 내렸죠. 이에 대해 HFI리서치는 ARKK의 차트 모양이 거품이 터지는 모양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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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Fed의 인상 가능성과 오미크론 우려가 혼합되어 급락했다. 수익률 곡선의 플래트닝(Curve Flattening)은 Fed가 금리를 많이 올리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미크론의 경로는 매우 불투명합니다. 여전히 데이터가 나오려면 다음 주 말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Fed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테이퍼링을 가속하고 금리를 올린다고 금세 증시가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인베스코는 Fed의 테이퍼링 가속화 가능성과 시장 반응에 대한 5가지 생각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 보고서를 옮깁니다.

첫 번째. 시장 변동성과 하락은 일반적으로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통화정책 불확실성 혹은 예상치 못한 정책 변경의 결과일 때가 많다. Fed가 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일이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Fed가 양적 완화 종료 일정을 앞당기는 건 놀라운 일이다.

두 번째. 지난 화요일 채권시장에는 Fed의 매파적 정책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했다. Fed가 시장 지원을 줄이면 2013년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처럼 국채 수익률이 급등할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그날 채권시장에서는 장기 금리가 급락하면서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Fed가 부적절한 시기에 긴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 탓이다.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의 여건은 역사적 측면에서 여전히 완화적이며 2013년 테이퍼 텐트럼, 2015년 기준금리 인상 시작 때보다 훨씬 좋다는 것이다.

세 번째, 연방기금금리 선물로 대표되는 시장은 2022년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향후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건 이르다고 생각한다. Fed는 이전에 여러 번 긴축 정책을 철회했으며 경제 및 고용 상황이 악화하면 그런 조처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네 번째, 일반적으로 중요한 것은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아니다. 중요한 건 마지막 금리 인상이다. 과거 경기 사이클 때 기준금리 인상 초기를 검토한 결과 주식 수익률은 첫 번째 금리 인상 이전 12개월과 이후 36개월 동안 견실했다. 다만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의 의미 있는 베어 플래트닝이 나타났을 때는 약화했다. 수익률 곡선은 최근 며칠 동안 평탄해졌지만, 과거 경기 침체를 앞뒀던 기간에 비해선 여전히 상대적으로 가파르다.

다섯 번째, 우리는 경제가 견실한 확장 국면에서 지속 가능한 수준의 성장률로 완만해질 것으로 기대해왔다. 분명히 오미크론 변이, 그리고 더 매파적인 Fed의 결합이 우리 예상보다 빨리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다. 우리는 성장이 둔화하면 시장 주도권이 소위 경기 재개 및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에서 장기 듀레이션 및 구조적 성장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다음 주에도 지속됩니다. 또 Fed의 12월 FOMC(14~15일)을 앞두고 11월 소비자물가가 오는 10일 아침 발표됩니다. 월가는 전월 대비 0.6% 상승, 전년 대비 6.7% 상승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는 30년 만에 가장 높았던 10월의 6.2%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다만 전월 대비는 10월의 0.9% 상승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합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JP모간의 강세 시나리오…하루 만에 강제 폐기
그나마 다행인 건 FOMC를 앞두고 Fed 인사들이 입을 다무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오늘 불러드 총재의 발언과 같은 설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