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을 막기 위해 각국이 국경 장벽을 높였지만 유입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변이를 처음 확인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데다 최초 유행 지역과 시기조차 명확하지 않아서다. 유럽에 이어 미국도 오미크론 변이가 자국에서 확산하는 지역감염 단계에 들어섰다.

캐시 호컬 미 뉴욕주지사는 뉴욕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5명 확인됐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감염자들은 뉴욕시와 롱아일랜드 서퍽카운티 등에서 확인됐다.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환자가 다수 포함됐다. 앞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19~21일 뉴욕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행사에 참가했던 미네소타 주민이 오미크론 감염자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뉴욕 행사를 통해 감염된 지역감염자로 추정된다.

콜로라도와 하와이에서도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보고돼 미 감염자는 9명으로 늘었다. 미국에선 델타 변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날 기준 미 전역에서 확인된 신규 확진자는 13만9424명이다. 올해 9월 이후 가장 많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방역 대책을 내놨다. 민간 의료보험에서 가정용 항원진단 키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학교 요양원 등에 무료로 키트를 배포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도 오미크론이 급속히 번졌다. 유럽연합(EU) 소속 27개국 중 절반을 넘는 14개국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EU 밖까지 포함하면 유럽에서만 18개국이 오미크론 환자를 보고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이 변이가 몇 달 안에 유럽 코로나19 감염 사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우세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지난달 9일 첫 환자가 나온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오미크론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일부 전문가는 확산 속도 등을 감안할 때 이 변이가 10월부터 아프리카에서 번졌을 것이라고 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로 들어갈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30개 넘는 변이가 집중된 데다 면역 방패인 항체 결합 부위에 변이가 15개나 몰려 전파력이 높고 재감염될 위험이 크다고 추정하고 있다.

남아공에선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감염자를 기간에 따라 분석했더니 오미크론이 유행하던 때 재감염 위험은 베타나 델타가 유행하던 때보다 세 배나 높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