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자진상폐
홍콩서 재상장 추진

당국 반대에도 강행 '미운털'
상장 직후 中 앱장터서 삭제

알리바바·징둥닷컴 등도 불안
홍콩·본토 재상장 이어질 수도
중국 최대 차량호출업체 디디추싱이 미국 증시를 떠나 홍콩 상장을 추진한다. 중국 당국의 뜻을 거스르고 뉴욕행을 강행한 디디추싱이 정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디추싱의 자진 상장폐지를 신호탄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이 홍콩이나 중국 본토 증시로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에서 짐싸는 디디추싱
中 압박에 '백기'…디디추싱, 뉴욕증시 떠난다

디디추싱은 자사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뉴욕증시에서 즉시 상장폐지하고 홍콩증시 상장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별도 영문 성명에선 “(상장폐지되는) 미국 주식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증권거래소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게 보장할 것”이라며 “향후 적절한 시기에 주주총회를 열겠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디디추싱이 내년 3월을 목표로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뉴욕증시에 데뷔한 지 5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6월 3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일(7월 1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디디추싱은 기업공개(IPO)로 44억달러(약 4조9790억원)를 조달했다.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최대 규모라는 역사를 썼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뜻을 어긴 대가는 컸다. 해외 상장을 통한 국가 기밀정보 유출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곧바로 칼을 빼들었다. 상장 이틀 뒤인 7월 2일 중국 인터넷 감독기구인 국가인터넷정보사무실(CAC)은 디디추싱에 대한 사이버 보안 조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에는 중국 내 모든 스마트폰 앱스토어에 디디추싱 앱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사실상 디디추싱의 신규 가입을 가로막은 것이다.

같은 달 6일에는 국무원이 외국에서 상장한 중국 기업의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공표했다. CAC는 10일 회원 10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은 해외 증시 상장 전에 보안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승인 없는 해외 상장은 금지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도 디디추싱의 상장폐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디추싱의 자진 상폐 소식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 당국의 회계 조사를 3년 연속 거부하는 해외 기업을 뉴욕증시에서 쫓아내겠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中 빅테크에 불똥 튀나
중국과 미국 규제당국의 공세에 디디추싱의 주가는 반토막 난 상태다. 상장 당일 14.14달러로 마감한 디디추싱 주가는 현재 7.8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디디추싱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최소 20억달러를 모은 중국 기업 중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디디추싱의 자진 상폐 여파가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다른 중국 빅테크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 컨설팅업체 케임브리지어소시에이츠의 아시아 지역 책임자인 아론 코스텔로는 “미국 규제당국의 관할에 놓이는 중국 빅테크의 미국 상장을 중국이 더 이상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가 대부분 홍콩이나 중국 본토에 재상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CNN은 “알리바바(NYSE) 징둥닷컴(나스닥)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들 회사 모두 홍콩에서도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은 디디추싱과 마찬가지로 가변이익실체(VIE)를 통해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업이기도 하다. VIE는 중국 사업체의 지분 대신 경영권을 소유한 페이퍼컴퍼니를 상장시키는 우회 수법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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