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프랑스가 풍력발전소 확대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북부 해안도시인 생브리외 등에 해상 풍력발전소를 지으려는 정부 계획이 정치 논쟁으로 번지면서다. 현지 주민과 야당은 발전시설이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프랑스 유력 정치인들이 잇달아 풍력발전 정책 철회를 선언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이어 대선 지지율 2위를 달리는 에릭 제무르(무소속)는 풍력발전 시설을 두고 “제2차 세계대전에도 파괴되지 않았던 프랑스의 해안선을 무너뜨릴 대참사”라고 지적했다. 지지율 3위인 마린 르펜(국민연합당)은 일찌감치 기존 풍력발전 시설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당시 유럽연합(EU) 대표로 참여했던 미셸 바니에는 최근 생브리외를 찾았다. 그는 중도보수 성향인 공화당에서 출마 선언을 한 5명의 후보 중 한 명이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그는 예산 24억유로가 들어간 풍력발전단지가 실패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는 1960년대 이후 유럽의 원자력 강국 지위를 유지했다. 그사이 다른 유럽 국가는 풍력과 태양열발전에 자원을 집중했다.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프랑스 정부가 해상 풍력단지 조성을 시작한 것은 2012년이다. 첫 발전소는 계획이 발표된 지 10년 만인 내년 가동을 시작한다. 생브리외 발전소는 2023년 말 완공을 목표로 올해 수중 작업을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원자력을 통한 전력 생산 비율을 전체의 70%에서 50%(2035년)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노후 원전의 폐기 연한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새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풍력발전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현지 어민들은 해상 풍력발전 탓에 어업권이 침해받는다고 주장한다. 이 지역은 가리비 오징어 스파이더크랩 레몬솔(유럽 가자미) 등이 많이 잡히는 황금어장으로 꼽힌다. 어민들은 발전기 가동 때 소음이 심한 데다 바다에 묻힌 발전기 하부 기둥 등이 부식해 어장이 황폐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일부는 어선을 이용한 해상 시위까지 벌였다. 야당 정치인들은 원전과 태양에너지 등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기업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GE 리뉴어블에너지는 2019년 입찰받은 프랑스 해상 풍력발전소 공급 계약 3건 중 2건을 취소해야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